화재에 그을린 숭례문 목부재… 온도·빛의 흐름·후각 집중
검은 색조 방식 ‘재조명’… 갤러리비케이, 5월 20일까지 개최

 

작업하면서 떠올리는 내 아이디어, 단상은 수필이나 설명서 같은 서술형이 아니다.
작품으로 그 단상의 형태나 색, 구도 재현은 파편처럼 떠올라 그려지고 만들어진다.  

-신선주

갤러리비케이는 4월 1일부터 5월 20일까지 신선주 작가의 개인전 Manière-noir : Royal Blue (검정색의 방식 : 로열 블루)를 개최한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기존 흑백 작업에서 한발 더 나아가 컬러 작품을 선보인다. 기존의 건축-정물화는 낯설고 이국적인 풍광을 현미경 시점으로 담아내었다면, 이번에는 형식적으로 더 선명한 ‘목부재’ 정물화로 이행되는 작품들을 선보인다. 

 

신선주의 작품 속에서 볼 수 있는 목부재는 우리가 아직도 기억하고 있는 2008년의 화재에서 타다 남은 그을린 숭례문의 부품이다. 작가는 공간으로서의 공기와 온도, 그리고 빛의 흐름을 나타냈을 뿐 아니라, 목부재들이 뿜어대던 냄새와 생경함을 작품에 배어들게 했다.

 

작가는 회화와 사진의 경계에서 실재하는 풍경을 내면의 탐색을 통해 재구성한다. 과거 미시간, 뉴욕, 베이징, 홍콩, 마카오 등의 공간을 화폭으로 담아오면서 건축물이 놓인 풍광과 온도를 그려내었고 점차적으로 건축을 주인공으로 삼았다면, 이번 전시에서는 생경한 소재에 집중했다. 작가는 전통건축수리기술진흥재단에서 일을 하게 되는 과정에서 국보 제1호 숭례문 목부재를 비롯한 다양한 한국전통건축을 접하게 된다. 이국에서 시작한 건축과 공간에 대한 시선은 한국전통건축에서 검은 색조의 방식으로 재조명한다. 

 

목어(Wooden Fish Gong, 화암사 우화루) 새김, 유성 파스텔, 캔버스에 아크릴, 91x116.8cm, 2021
목어(Wooden Fish Gong, 화암사 우화루) 새김, 유성 파스텔, 캔버스에 아크릴, 91x116.8cm, 2021

 

작가는 2년이라는 긴 작업 공백을 그만의 방식으로 이번 전시에 녹였다. 흑백 작업에 더한 컬러와 깊이 있는 조형적 구성은 작가의 용기에 기반한 새로운 시도이다. 작가의 시선은 작품에 투영되어 안타까운 화재에서도 살아남아 상흔을 품은 목부재를 의미를 담아 재탄생 시켰다.

신선주(1978~)

동아대학교 회화과를 졸업하고, 뉴욕 프랫대학 예술대학원에서 회화과, 사진과 복수전공으로 졸업했다. LIG아트스페이스 한남(서울), 영은미술관(광주), 갤러리현대 등 국내외에서 수 차례의 개인전을 가졌으며, 단체전으로는 ‘거기there’(리나갤러리, 서울), ‘회화: 세상을 향한 모든 창들’(블루메미술관, 파주), ‘단상’(LIG스페이스,서울) 등 다수의 단체전에 참여했다.

최진원 기자 dotmusic@busan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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