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산업 고도화와 산학협력의 핵심 거점 역할

수소기술·반도체 신소재 등 연내 15곳으로 확대

스마트공장 보급 확산 사업도 현장서 확실한 성과

부산TP는 부산경제의 중매쟁이·서포터즈될 것"

김형균 부산테크노파크 원장이 인터뷰에 대답하고 있다. 

 

부산 지역의 기술과 산업을 융합하고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전진기지 역할을 하는  부산테크노파크(TP) 김형균(62) 원장은 최근 만난 자리에서  '알맞고 바른 정도'를  뜻하는 '적정(適正)' 을 특히 강조했다. 부산테크노파크의 조직 역량에 대한 평가와 지역사회에 대한 공헌을 강조하는 대목에서 언급됐다.

지난 7월 1일 제8대 원장으로 취임한 그는  "취임후 조직을 들여다 보니 조직 역량이 저평가돼 있었다. 그래서 '적정수준' 이상이 되도록 조직을 개편하는게 먼저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10월 28일 김형균(왼쪽에서 다섯번 째) 원장이 (주)유니스에 설치된 부산지산학협력 6호센터 앞에서 관계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부산테크노파크 제공)
10월 28일 김형균(왼쪽에서 다섯번 째) 원장이 (주)유니스에 설치된 부산지산학협력 6호센터 앞에서 관계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부산테크노파크 제공)

 

부산TP는 지난 10월 1일  '지산학'과 '미래산업' 지원을 강화한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김 원장 취임 후  내·외부 전문가로 혁신위원회를 꾸려 3개월 동안 20여차례의 회의와 설문을 거쳤다.
 

지산학협력단과  홍보·사회공헌팀을 만들어 인권사회적 가치경영 기능을 강화하고, 수소·미래고통기술 산업과 디지털혁신창업 등  신성장산업 지원을 확대했다. 여성 팀장급을 2명에서 5명으로 늘리고 전문역량에 따른 적재적소 인력배치, 미래 간부진 육성을 위한 다양한 보직관리를 할 수 있도록 인사를 했다.
 

김 원장은 "부산TP가 퍼스트 무버(First Mover) 기관으로서 지역사회 산업혁신을 다시 한번 선도하기 위한 그 첫 단추가 이번 조직개편으로 꿰어졌다"며 "지역사회가 체감하는 지역성장을 견인할 수 있도록 역할을 다하겠다"고 의지를 밝혔다.김 원장은 지난10월  7일 신임 간부 28명을 대동해 충렬사를 참배, 새로운 각오를 다졌다.
 

중기부의 기관경영평가에서 2년 연속 C등급을 받은 부산TP가  지난  9월  올해 평가에서 A등급을 받은데 대해 김 원장은  조직 역량이 '적정평가' 받은 것으로 여기고 있다.
 

부산TP는 지난 10월 6일 오후 부산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과 '적정기술' 개발을 통해 지역 사회공헌을 추진하기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적정기술(適正技術·appropriate technology)'은  특히 저소득층의 생활을 편하게 해주고 삶의 질을 개선하는 데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기술이다.
 

김 원장은 "부산경실련과 소외계층을 지원하기 위한 적정기술 개발 워킹그룹을 공동 운영하고 조직 내에도  TF 운영을 통해 사회공헌 분야를 챙기고 있다"며 "요즘 강조되고 있는 ESG경영을 위해서도 적정기술 개발은 꼭 필요하고 TP의 전문성과도 맞아떨어진다"고 강조했다.
 

적정기술에 대한 김 원장의 관심은 부산시 공무원시절 겪었던 '무력감'을 극복하려는 의지의 소산이기도 하다.
 

"부산시에서 산복도로 르네상스 사업을 추진할 때 산복도로 주택 난방비가 아파트보다 두 배 반이나 많이 든다는 것을 알고 깜짝 놀랐지요. 정의롭지 못하잖아요. 고지대에 있는 사람들이 난방비를 적게 낼 수 있는 기술이 만들어져야 해요. 그게 적정기술이죠. 부산에서도 물만 넣으면 되는 휴대용 수력발전기를 만든 사람이 있어요. TP 구성원들도 그동안 열심히 노력해 많은 기술을 개발했지만 알려지지 않은 것들이 더 많아요."
 

김 원장이 취임 후 특히 심혈을 기울이는 분야는  지산학협력. 부산TP는 지난 8월 부산의 산업 고도화와 산학협력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부산지산학협력센터 운영기관으로 지정된 뒤 2개월 만에 브랜치 6호센터를 설치했다.
 

6호 센터는 지난 10월  28일  표면처리 분야 소재기업 유니스에 둥지를 틀고 반도체 신소재 분야 기술협력 거점 역할을 시작했다.
 

부산TP는 10월 18일엔  ㈜금양에 설치한 브랜치 5호 센터 개소식을 가졌다. 브랜치 5호는 금양의 수소기술퀀텀센터를 중심으로 차세대 연료전지 거점을 확보하고, 수소분야 기술을 보유한 기업들과 지역 대학 연구자 간의 산학 협력을 활성화하는 역할을 한다. 부산TP는 지난 8월 센텀기술창업타운에 1호 센터를 시작으로  2호(부산산학융합원, 한국해양대 서부산융합캠퍼스), 3호(파나시아), 4호(TP 파워반도체상용화센터)센터를 잇따라 열었다.
 

김 원장은 "부산지산학협력센터는 산학협력 혁신도시 부산을 만드는 핵심 거점 역할을 한다"며 " 대학과 기업의 현황을 정확하게 진단하고 기업·대학 등이 유기적인 협업을 할 수 있게 하는 등 지역대학 혁신유도, 지역인재 양성, 우수기술 기업 이전 역할을 집중적으로 수행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부산TP는  지산학협력센터 브랜치를 올해 안에 15개 정도 개소할 계획이다.
 

부산TP의 산학협력 거점 역할을 위한 김 원장의 현장행보도 이어졌다. 동아대(총장 이해우)·한국해양대(총장 도덕희)·동의대(총장 한수환)·동의과학대(총장 김영도)·부산대(총장 차정인) 총장을 차례로 방문해 "포스트코로나 시대에 걸맞는 산학협력을 추진하자"고 제의했다.
 

중소벤처기업부와 부산시의회도 방문해 지원과 협력을 요청하고, 지역 국회의원을 찾아가 TP고유사업인 생산장비 고도화사업에 내년 예산이 증액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했다.
 

부산TP는  10월 19일 산업통상자원부의 '2021년도 산업혁신기반구축 공모사업'에 최종 선정돼 4년 동안 175억원을 확보, 지난 3년 간  추진해온 조선해양 중소 엔지니어링 분야의 숙원사업인 엔지니어링 협업 플랫폼 구축 사업에 박차를 가할 수 있게 됐다. 올해 안에 AI 데이터 처리 시스템, 엔지니어링 협업 시스템, 디지털 실증 시스템, 엔지니어링 소프트웨어 2종이 탑재되는 'AI기반 엔지니어링 협업 플랫폼'을 구축해 내년부터 업체에 서비스할 계획이다.이 서비스가 본격화되면 동남아 등 급성장하고 있는 중소형 선박과 플랜트 시장에 진출하려는 지역  중소 엔지니어링기업에 큰 도움이 될 전망이다. 
 

부산TP는  부산시가 공모 신청한 '암모니아 친환경에너지 규제자유특구' 지정을 위한 지원에도 앞장서 왔다. 지난 9월 16일 '부산 암모니아 친환경에너지 규제자유특구 계획(안)'에 대한 공청회를 개최했다.
 

오는 4일 정부의 지정 결정을 앞둔 암모니아 특구에 대해 김 원장은  "부산의 조선기자재업체가 전국 63%를 차지할 정도로 집적화돼 있는 만큼, 부산이 암모니아 규제자유특구를 통해 선박 및 조선기자재, 에너지 운송·공급 분야에서 탄소중립을 선도해 나갈 수 있도록 앞장서겠다"며 지정 가능성에 기대감을 드러냈다.
 

김 원장은 스마트공장 지원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부산TP는  2019년 스마트공장 보급확산사업을 시작해 2020년 223건, 올해 134건을 지원했다. 현재 스마트공장 기초 및 고도화(1) 등 단계별 구축 지원을 추진하고 있다.
 

선박평형수 처리 설비, 탈황 설비, 선박계측 장비 등 친환경 에너지 설비 전문기업인 파나시아(대표 이수태)는 스마트공장 구축 후 생산성 275% 향상, 불량률 79% 감소, 에너지 47% 감소되는 등 제조원가 35% 절감했다. 자동차 부품 제조 기업 신평산업(대표 차성진)은 생산성 10% 향상, 공정불량률 25% 감소 등의 성과를 올렸다.

△ 취임한지 4개월이 됐다.조직개편도 하고 부산TP의 역할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다고 들었다= "과거에는 자본과 노동력만 투입되면 산업이 일어나고 경제가 발전했지만 지금은 기업과 대학을 비롯한 연구기관, 정부와 지자체 등이 긴밀하게 연결돼야만 경제를 성장시킬 수 있다. 이런 혁신 주체들이 이어지도록 중매하는 역할, 즉 '혁신주체의 플랫폼 기관'이 부산TP의 정체성이라고 결론지었다."

△ 부산 지역 제조 산업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방안에 대해 줄곧 고민을 해온 것으로 알고 있다. 부산제조산업의 특징은 무엇인가= "부산은 개방성과 수용성이 강한 얼리어답터 도시이다. 산업 간 융합, 선제적인 친환경화, 디지털전환 등을 추진할 수 있는 잠재력이 무궁무진하다. 부산 제조업은 부각되는 특정 분야 없이 다양한 업종의 산업 구조를 형성하고 있다. 업계는 최근 스마트공장에 눈을 뜨고 있으며, 특히 친환경 이슈에 민감하고  방안 모색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 지역 제조산업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 방안이 있다면?= "산학협력을 통한 인재유출 방지와 지역활성화가 선제적인 과제다. 4차 산업혁명 시대는 디지털전환의 가속화로 산업구조 및 직무능력의 벽이 허물어진다. 지역 대학과 기업이 긴밀한 협력에 나서야 한다. 산학협력의 중요하다는 얘기는  20여 년째 이어지지만 제자리걸음을 걷고 있다. 대학은 학령인구 감소로 생존이 위협받고 지자체도 인구감소와 세수감소로 시름이 깊어지고 있고, 기업들은 여전히 침체의 늪에서 허우적대고 있다. 이제는 '벼랑끝 동맹구조'라는 절박함이 없으면 생존할 수 없다고 작심해야 할 시점이다. 인재들이 지역 사회에 뿌리를 내려 가치를 꽃피울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 부산TP의 역할이 매우 중요해졌다."
 
김 원장은 "부산에 혁신기술역사전시관이 생겼으면 하는 꿈을 갖고 있고 나중 필요할 때를 대비해 TP 기술들을 데이터베이스화하는 작업도 시작했다"며 "지역 기업에게 정말 도움이 되고 대학과 유기적인 협력 관계를 맺고 조직 내부는 아주 전향적인 새로운  조직 문화를 만드는 데 자그만 씨앗이 되는 서포터즈가 되고 싶다"는 소망을 밝혔다.

김지혜 기자 wisdom@busaneconomy.com

 

김형균 원장은

부산시 정책개발실장, 부산연구원 부산학연구센터장, 부산시 창조도시본부장, 국무총리실 국정과제 평가위원 등을 지내는 등  부산 도시재생의 기반 마련, 마을기업 육성 등 지역재창조에 큰 역할을 하는 등 '부산 정책통'으로 평가받아왔다. 부산대 사회학과 대학원에서 석사·박사 학위를 받고 미국 산호세주립대학교 초빙연구원을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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