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향은(고신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김향은고신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김향은고신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중독은 몸이 음식, 약물과 같은 물질의 독성에 빠져 기능 장애를 일으키거나 어떤 사상이나 사물에 길들여져 현실을 정상적으로 판단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르는 것을 말한다. 육체적·심리적·행동적으로 지나친 몰입 또는 의존을 부르는 중독의 대상으로는 술, 담배, 커피, 카페인, 가스, 마약 등 물질적인 대상을 비롯해 사상, 종교, 성, 폭력, 게임, 도박, 쇼핑, 인터넷 등 비물질적인 대상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중독에 따르는 위험도 다양하다. 중독 대상에 대한 저항력, 곧 내성을 초래해 중독의 강도가 점점 세질 수 있다. 중독을 끊으면 구토, 몸살, 심장 두근거림, 불면, 환각, 망상 등 신체적·정신적 금단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한때 중독에서 벗어났어도 또 다시 중독의 늪에 빠지는 재발의 가능성이 도사리고 있다. 이 외에 개인적 차원의 위해를 넘어 유해 환경이 사회적으로 전파되는 위험도 크다.

후기 현대사회에서는 개인주의, 자본주의의 발달로 일차적 집단을 통한 보호나 감시는 약화되고 중독을 유혹하는 각종 매체는 상품으로까지 보급되고 있는 추세다. 이러한 상황에서 중독을 부추기는 사회적 동조(conformity) 압력의 집단 역동을 경험하기도 한다. 요컨대 중독을 통제하고 예방하는 집단 공동체의 건전한 감독 기능과 사회적 제동 장치는 허술해지고 중독을 유인하는 구조적 영향은 더 강력해지고 있다.

모든 중독을 경계해야 하지만 그 가운데서도 대중적·보편적 확산이 두드러진 사회적 매체(social media) 중독에 대한 각성이 촉구된다. 한국정보화진흥원(2019)이 3~69세 스마트폰 이용자를 대상으로 스마트폰 과의존 실태를 조사한 바에 따르면 스마트폰 과의존 위험군의 비율은 20.0%로 전년보다 0.9% 증가했다. 특히 유년기의 증가세가 뚜렷해 이 시기 과의존 위험군의 비율은 22.9%였고 전년 대비 2.2% 증가했다.

육아정책연구소(2019)가 영유아의 스마트 미디어 사용과 부모의 인식을 조사한 결과 60%의 자녀가 스마트 미디어를 사용했고 그 중 절반은 만 1세 때부터 접하기 시작해 미디어의 최초 노출이 매우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미디어 사용의 주된 이유는 부모가 아이에게 방해받지 않고 다른 일을 하기 위해, 아이를 달래기 위해, 아이가 원해서였고, 사용 빈도는 주 1~2회와 하루 한 번이 각 26%, 하루 여러 번이 21%였다. 

조기 매체 중독의 폐단에 관한 실증적 연구 결과도 발표되고 있다. 한림대학교 동탄성심병원(2019)의 연구에 의하면 미디어를 접한 아이들의 언어 지연이 현저했다. 언어발달이 지체된 아동의 95%가 2세 전에 미디어에 노출됐고 63%는 하루 2시간 이상 미디어를 접했으며 79%는 혼자 미디어를 보았다. 이는 이른 나이의 미디어 접촉이 시청각 자극의 수동적 흡수, 부모와의 소통 감소, 언어적 지장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

필자는 10년 전 외국에서 연구년을 보내고 귀국했을 때 지하철 안에서 목격한 광경을 잊을 수 없다. 모두 휴대폰을 보고 있는 집단적·획일적 모습은 충격적이었다. 무서운 것은 이제 필자도 그 대열에 있다는 것이다. 부지불식간에 빠지기 쉬운 중독의 제어를 위해 애쓰지 않으면 열정과 신바람 가득한 한국인 특유의 강점도 브레이크 고장 난 자동차의 불행을 부를 수 있다. 중독으로부터의 자유, 마음을 다스리는 힘을 기를 때 누리는 특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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