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벤처스 박준상 대표… 금융업 출신 AC, 자금조달 ‘강점’
피투자기업 모두 후속투자 성사… 아기유니콘에 이름 올리기도
“초기 창업 스타트업 투자 결정, 사업아이템과 대표 의지 중요”
“부울경 지역 창업자, 인프라 갖춰져 있다면 떠날 이유 없을 것”

시리즈벤처스 박준상 대표. 김지혜 기자
시리즈벤처스 박준상 대표. 김지혜 기자

세계적으로 창업생태계가 활발해지면서 한국에서도 ‘취업이 아니라면 창업한다’는 선택지가 생겼다. 누군가는 창업을 가르치고, 그런 조언들로 자신의 비즈니스 모델(BM)을 구체화하면서 거침없이 창업에 뛰어들기도 한다.

이렇게 창업이 활성화되면서 창업자에게 필요한 도움을 주는 액셀러레이터(AC·창업기획자) 역할에도 눈길이 모인다. 대기업처럼 전문가 자문단을 갖추지 못하는 창업자에게 AC는 사소하게는 불안요소를 제거해 줄 길잡이가 되어주거나 당장 사업을 실행할 추진력을 갖게끔 한다.

지난 4년 동안 투자한 초기 스타트업 모두가 후속 투자까지 성사되는 ‘성적표’를 가진 액셀러레이터 시리즈벤처스 박준상 대표를 만났다. 

그 역시 스타트업으로 시작해 피투자기업 대표들과 ‘동반성장’ 한다면서 현재 역할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저는 원래 증권가에서 일하던 사람이지만 벤처 투자에 대한 동경이 있었어요. 그런데 마침 적은 자본금으로 벤처투자를 할 수 있는 액셀러레이터 제도가 있어 이쪽으로 창업을 시작하게 됐죠. 창업 3년 미만 초기 스타트업에만 투자할 수 있는데, 저도 함께 성장하는 것을 체감하면서 큰 보람을 느낍니다.”

시리즈벤처스는 2017년 6월 스타트업 전문투자사로 설립했다. 금융업 출신인 박 대표가 직접 펀드를 결성해 투자하는 방식으로 스타트업 대표들에게 절실한 자금을 지원해왔다.

그는 “처음엔 펀드를 만드는 게 정말 어려웠다”면서 “이제 막 시작한 스타트업에 투자한다는 게 이성적으로 봐도 쉽지 않은 일이었기 때문에 그만큼 보여줘야 할 게 많았다”고 창업 초기를 회상했다.

이어 “우선 스타트업 대표님들이 가진 사업 아이템이 투자할 가치가 있다는 걸 증명해야 한다”면서 “초반 비즈니스 모델(BM)을 재정립하고 끊임없이 대표님들과 소통하면서 보완해가는 작업을 거친다”고 역할을 덧붙였다.

투자를 결정 할 때 일반 상장기업의 경우엔 그간의 실적 등 숫자로 평가하게 되지만 창업초기단계는 대표들의 아이템만으로 평가하기 때문에 사람과 미래가치에 중점을 두게 되며, 대표자의 의지 또한 중요하다. 이 부분에서 AC는 대표와의 소통을 거치면서 러닝메이트 역할을 하게 되는 것.

박 대표는 “기본적으로 상장기업 투자는 대표자랑 만날 일도 없고, 겉만 알고 속내를 알 수 없어 도와줄 수 있는 것도 없었다”면서 “반대로 스타트업 대표님들은 계획이나 상황 등 모든 것을 말해야만 하니 도와줄 수 있는 것을 제가 스스로 찾게 된다”고 말했다.

현장에서는 창업자로 성공한 선배들이 액셀러레이터로 나서 노하우와 인사이트, 네트워크를 활용해 후배를 키우는 사례가 일반적이라고 한다. 그러나 박 대표의 경우는 함께 성장하는 같은 스타트업의 상황으로, 차별화할 수 있었던 것은 자금조달 능력이었다.

그는 “10년 넘게 금융권·투자 생태계에 있으면서 인프라나 네트워크가 있으니까 경영적 측면에서 도움은 주지 못해도 공격적인 투자를 유치하고, 후속 투자를 빨리 성사시켜주는 것에 중점을 뒀다”고 설명하며 “투자 외 신보·기보 융자 매칭이나 정부지원금 등 자금이 필요한 부분에 특히 강점을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박 대표는 “오히려 VC로 시작했다면 서울에 묶여 투자할 기업만 찾았을텐데, AC 길을 선택하게 되면서 스타트업과 함께 성장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지난 7월 열린 시리즈벤처스 액셀러레이션 프로그램 마지막 단계인 IR 데모데이 'B-Vensday(B-벤스데이)' 모습. B-벤스데이는 부산시와 연계해 지역 대표적인 데모데이로 자리잡고 있다. 김지혜 기자
지난 7월 열린 시리즈벤처스 액셀러레이션 프로그램 마지막 단계인 IR 데모데이 'B-Vensday(B-벤스데이)' 모습. B-벤스데이는 부산시와 연계해 지역 대표적인 데모데이로 자리잡고 있다. 김지혜 기자

시리즈벤처스는 부산, 울산, 경남 기반으로 한 스타트업 육성과 투자에 중점을 두고 있다. 포트폴리오사에 이름을 올린 기업들 대부분이 부울경 지역에서 시작했거나 관련이 있다.

박 대표는 “사실 스타트업 투자나 성장이 활발하게 이뤄지는 곳은 서울·경기에 집중되긴 하지만 VC들도 부울경 지역에 관심을 갖고 있다”면서 “특히 서울·경기 쪽에 없는 부울경만의 특화 분야는 충분한 경쟁력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역 특성에 따라 가져가야 할 사업 전략이 다르다는 것을 느낀다”면서 “울산의 경우 대기업 업종과 관련한 벤더로 사업을 구상하면 매출 발생이 쉽고, 부산의 경우 콘텐츠, O2O, 프랜차이즈, 패션, 관광 쪽이 나을 것으로 본다”고 의견을 전했다.

그러면서도 플랫폼비즈니스나 게임 등과 관련해서는 더 강세를 보이는 지역에서 시작할 것을 권할 만큼 지역의 상황에 맞는 창업이 주요하다는 것을 강조했다.

박 대표는 무엇보다도 창업에 민감한 것은 ‘트렌드’라고 말한다. 

그는 “펀드 출자 사업 자체가 국가에서 나오는 것이다 보니 정부의 목적성에 맞게 펀드가 결성된다”고 했다.

그는 “대한민국 콘텐츠가 글로벌적으로 주목받을 때는 문화 펀드가, ESG와 그린뉴딜 관련한 펀드, 일본 규제에 따라 소부장이 대두되면서 관련해 자금이 모이는 것”이라면서 “시장에서 바라는 기업이 되어야 가치가 올라가는데, 그러려면 산업트렌드를 주시해야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부산이 가진 산업이 많이 있어도 유망한 스타트업으로 투자를 받으려면 단순하게 과거의 눈높이로만 봐선 안된다는 뜻으로 읽혔다.

박 대표는 이 밖에도 지역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인프라에 기댈 수 있는 사업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4차 산업혁명 이야기 할때에 똑같은 VR·AR 창업이라도 지역에 강점이 있는 산업인 조선, 기계산업 등을 연계하는 게 경쟁력이 있고 지자체에도 좋은 일이 될 것”이라면서 “부산에 디오 임플란트가 있고, 김해 의생명·의료기기 특구를 활용해 의료기 관련해서도 좋은 아이디어를 낼 수 있을 것”이라면서 지역적 특성을 활용해 창업 아이템을 설정할 필요성을 말했다.

또 “지역이 갖춘 인프라와 관련된 창업이면 오히려 그 지역이어야지만 가능한 것이니 떠날 이유는 전혀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시리즈벤처스는 피투자기업의 ‘상장’을 목표로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지원한다. 무엇보다도 창업자의 의지에 큰 무게를 두고 투자를 결정하는 데, 초기 사업아이템을 시장 상황에 맞게 변화를 주는 일도 많다고 한다.

박 대표는 “오로지 사업성만을 바라보고 투자하는 시장에서는 수익 모델을 가지고 있는 아이템이어야 한다”면서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큰 시장에서 얼마나 점유율을 갖고 매출을 올릴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웅진의 렌탈, 즉 구독서비스를 처음 만든 혁신을 예로 들면서 “사업성과 확장성 다양한 가능성이 투자를 결정짓게 되고, 결국 기업가치를 높여 상장까지 도달하게 하는 게 저희의 역할로 본다”고 덧붙였다.

박 대표는 “연구개발 쪽 대표님들이 비즈니스에 약하다 보니 초기 매출을 올리는 방법을 우선 이야기하게 된다”면서 “포트폴리오사 킥더허들 김태양 대표님은 처음에 유전자 분석 원격의료를 사업아이템으로 내세웠지만, 현재는 유산균 제품으로 시작해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쳐 높은 기업 가치를 받아들게 되었다”고 후일담을 말했다.

시리즈벤처스의 주요 포트폴리오사 CI 모음. 
시리즈벤처스의 주요 포트폴리오사 CI 모음. 

사업 아이템으로 시작된 인연은 중요한 결과로 이어지기도 했다.

시리즈벤처스의 포트폴리오사인 자이언트케미칼은 2020년 중소벤처기업부 아기유니콘200에 선정되는 성과도 거뒀다.

박 대표는 “당시 아이템이 너무 좋았는데 자이언트케미칼 대표님이 정부지원사업이나 기업융자 없이 순수하게 혼자의 힘으로 사업하고 계셨다”면서 “당시 창업선도대학 모집 기간에 추천하게 되면서 자금지원의 물꼬가 터졌고, 이어 신보 스타트업지점을 찾아 보증 검토 논의하면서 우선 버틸 수 있는 자금을 조달할 수 있도록 도왔던 것이 성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시리즈벤처스는 앞으로도 3년 미만 초기 스타트업만 100% 투자하는 전문투자사를 목표로 부지런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박 대표는 부울경 지역에 집중하고 싶다며 의지를 다졌다.

“큰기업에 거액 투자를 하기보다는, 스타트업과 함께 성장하는 지금이 저에게 맞다고 생각해요. 부울경 지역 스타트업은 시리즈벤처스가 다 안다, 시리즈벤처스 투자 받으면 성공한다는 그런 소문이 나는 게 목표입니다.”

정부가 규정하는 3년 미만 스타트업. 부울경 지역을 비롯해 전국의 투자 시장 정보력을 갖춘 시리즈벤처스가 지역 초기창업자들의 든든한 지원군이 되어 줄 것으로 기대된다.

김지혜 기자 wisdom@busan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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