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울경 메가시티' 성공의 길을 묻다


탄소중립 실현 매개체 수소, 막대한 이익 가져다 줄 미래 먹거리

탈원전 하면 탄소중립 어려워… 창원 중심 원전업체 도산 막아야

4차 산업혁명시대 걸맞은 산업구조 재설계·디지털 전환 등 필수

美-中기술패권·감염병 확산·기후위기 등 해법은 결국 과학기술

홍남표  과기부 전 과학기술전략본부장이 부울경 메가시티 성공 전략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홍 전 본부장은 "부울경은 4차 산업혁명시대에 맞는 산업으로 재편해야 메가시티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최진원 기자
홍남표  과기부 전 과학기술전략본부장이 부울경 메가시티 성공 전략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홍 전 본부장은 "부울경은 4차 산업혁명시대에 맞는 산업으로 재편해야 메가시티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부산·울산·경남이 미래 경쟁력을 확보하고 수도권 일극체제에 대응하기 위해 추진하는 '부울경 특별연합'이 3월 출범을 앞두고 동남권 기업인과 주민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3월 9일 실시되는 20대 대통령 선거 여야 후보들도 관련 공약을 내놓고 있다. 
 

부울경남 시·도의회는 최근 특별지방자치단체 의회 구성(3개 시·도 9명씩 27명)과  청사 위치(지리적 가운데로서 중심) 등에 합의,특별연합 규약안의 얼개를 갖췄다. 규약안에 대한 정부 승인·고시 등 절차가 순조롭게 진행될 경우 부울경 3개 광역지자체는  3월 국내 최초로 초광역협력체제인 메가시티를 출범시키게 된다.
 

부울경 메가시티는 항만·공항·철도를 아우른 동북아 물류 거점 등 차별화된 산업을 육성해 수도권과 대등한 초광역도시로 거듭나자는 그랜드 비전이다. 인구 1000만 명, 지역내총생산(GRDP) 491조 원, 광역·순환철도로 이어진 1시간 생활권 등을 통한 동북아 8대 초광역도시 도약을 꿈꾸는 메가시티의 성공의 길을 부울경 전문가들로부터 들어본다.  <편집자 주>

32년 만에 개정된 지방자치법이 시행된  2022년 1월 13일 새로운 국정 운영의 플랫폼으로서 '중앙지방협력회의'가 공식 출범하면서 부울경 메가시티에 대한 정부와 정치권 등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제1회 중앙지방협력회의가 열린 이날 문재인 대통령은 부울경 메가시티에 대해  "주민의 삶을 획기적으로 바꿀 국가균형발전 핵심 정책"이라면서 "우리는 초광역협력을 반드시 성공시켜 국가균형발전의 실효성 있는 대안임을 증명하고, 이를 통해 지역발전의 새로운 모델이 전국으로 확산되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15일부터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20대 대통령선거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부울경 메가시티' 실현을 위한 지역 개발 공약을 통해 "수도권 1극 체제로 대한민국 전체가 소멸 위기에 있다. 이젠 5개의 수도, 하나의 대한민국으로 나아가야 한다"면서 "부울경을 수도권 못지않은 경쟁력을 갖춘 메가시티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는  "국가 균형발전을 위해서 부산·울산·경남 메가시티를 성공모델로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만난 홍남표(62)과기부 전 과학기술전략본부장도 부울경 메가시티 출범에 큰 기대를 걸고 있었다. 그는 과기부  과학기술전략본부장과 국가 지식재산 전략기획단장을 역임하는 등 국가미래전략기획 분야 전문가로 통한다. 중앙 공직생활를 마무리하고 최근 고향 창원에 내려온 그는 부울경 메가시티와 지난 1월 13일 출범한 창원특례시의 재도약과 지속가능한 번영을 위한 다양한 전략을 제시했다.
 
- '부울경 특별연합' 메가시티를 어떻게 보나.

"메가시티가 슬로건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왜 필요한지에 대한 명확한 논리와, 이를 가로막고 있는 원인에 대해 정확히 진단하고 그에 합당한 처방이 뒤따라야 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문제 정의에서부터, 아이디어 도출, 대안 선택, 실행하기 위한 개념설계, 실행에 이르기까지 전체를 보고 바람직하게 해답을 제시해야 한다." 
 
- 이재명 후보는 "부울경의 행정과 경제가 유기적으로 융복합하고 1시간대 생활문화권으로 발돋움하도록 만들겠다"고 약속하고 안철수 후보는 "부울경 메가시티의 성공 모델을 만들기 위해서는 교통망 확충이 가장 필요하다. 남부중부 철도 신설, 울산과 가덕도 신공항 연결도로 등 교통 인프라를 건설하는 데 정부가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울경 메가시티, 무엇부터 해야 하는가. 

"부울경의 지속가능한 번영을 위해 시너지를 높이는데 가장 효과적인 것은 교통망이다. 교통망이 신경망처럼 유기적으로 연결되어야, 국가든지, 도시든지 역동적으로 살아 움직이면서 하나의 공동체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부울경은 땅길, 하늘 길, 바닷길 등을 고루 갖추고 있어, 이점에서는 오히려 수도권보다 유리하다. 다만 자연발생적인 요소가 많은 도시들을 어떻게 유기적으로 연결하느냐가 핵심이라 본다. 도시간의 합의가 필요한 부분이다."
 
- 부울경 메가시티가 최우선적으로 육성해야 하는 산업은 무엇이라고 보나.
 

"하드웨어 정비만으로 한 지역이 번영을 구가할 수 없다. 무엇으로 자양분을 생산할 것인가, 즉 소프트웨어적인 과학기술 기반의 산업 전략이 필요하다. 이제는 4차 산업혁명시대이고 산업 전반에 대한 재설계 없이는 더 이상 큰 발전은 불가능하다. 기존 산업의 디지털 전환과, 새로운 산업 그리고 이를 뒷받침하는 고급인력 유입 등이 필요하다. 여러 수를 서로 연결해서 보아야 해답에 근접할 수 있고 인근도시간 서로 합의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 정부가 지난해 11월 발표한 '제1차 수소경제 이행 기본계획'에 부산은 수소항만 선도 사업, 울산과 경남은 각각 친환경 모빌리티와 수소인프라 확충 사업 등을 추진한다. 이재명 후보는 "부울경에 수소산업벨트를 구축해 수소경제의 선도지역으로 육성하겠다"고 공약했다.
 

"수소경제는 부울경 메가시티를 성공적으로 구축하는 핵심 열쇠가 될 것이다. 부울경이 개별 사업이 아닌 '수소 경제권'을 만들어 시너지를 극대화해야 한다. 이들 사업이 원활히 진행되면 부울경은 명실상부한 국내 최대 규모의 '수소 선도지역'이 될 수 있다. 수소는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중요한 열쇠일뿐만 아니라 막대한 경제적 파급 효과를 가져올 미래 먹거리이다."

- 홍남표 전 과학기술전략본부장은 부산대학교 사무국장을 역임하는 등 부산의 산업 발전에도 관심이 컸다. 부산의 성장산업은 어떻게 진단하는지. 

"부산의 큰 강점은 바다이다. 세계적인 물류 중심도시로 나가기 위해서는 싱가포르, 홍콩 등과 경쟁해야 한다. 상위와 하위 전략이 잘 정렬(align)되어야 한다. 물류와 관련된 국제분쟁도 부산에서 더 빠르게 해결되는 것을 포함해 여타 지역보다 더 큰 경쟁력을 갖추어야 한다. 기장을 중심으로 한 방사선 의·과학, 문화예술 산업의 집적 등 할 수 있는 일들이 많다고 본다. 부울경 지역 내 각 도시들 간에 경쟁과 협력은 불가피하다.
 
- 인구 103만 명으로 경남의 중심도시인 창원시가 지난 1월 13일 특례시로 새롭게 출발했다. 현재의 창원을 어떻게 진단하는지.

"4차 산업혁명시대 창원이 통합도시에 맞게 각 지역이 유기적으로 연결되면서 시너지를 잘 내고 있는지, 비전은 잘 설정되어 있는지, 이를 달성하기 위한 전략과 사업이나 과제들이 유기적으로 잘 설계되어 있는지를 생각해 보면 바꿔야한 것들이 적지 않다고 본다. 4차 산업혁명시대의 문제는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평소 공부하여 준비되어 있지 않으면 무엇이 문제인지 조차 모를 수 있고 제시하는 대안이 오히려 도시 발전을 망가뜨릴 수도 있다."
 
- 창원 통합의 시너지가 적은 것 같은데.

"기본적으로 통합 창원에 걸 맞는 큰 그림 없이 단위사업들을 분절적으로 추진하는 것 같다. 바둑에 비유하면, 포석을 잘 하고 후수가 이어져야 하는데, 큰 포석을 놓치고 있는 것 같다. 이래서는 시너지가 날 수 없는 구조이다. 비전 없이 예산만 부어 넣으면 도시는 엉망진창이 되기 때문이다. 큰 청사진과 세부실천 전략을 잘 짜면 창원은 동북아의 거점도시로 우뚝 솟을 수 있다. 많은 잠재력을 갖고 있는 도시이다."
 

홍 전 본부장은 과기부 원자력 국장을 역임하는 등 우리나라의 원전 정책 수립과 수출 전략 , 원전 안전 대책 수립 등에 깊숙이 관여했다. 그는 "원자력 국장으로 재임 시기는 우리나라의 '원자력 르네상스' 시기였다"며 "UAE에 상용 원전과 요르단 연구용 원자로가 수출되면서 세계적인 원전기업인 두산중공업과, 벤더 회사들이 활황이었다"고 회고했다. 그는 "국제원자력기구와  미국, 프랑스, 영국, 러시아, 중국, 베트남 등 세계를 돌면서 원자력 안전 확보를 위한 국제적인 활동을 전개했다"며 " 미국 국무부를 방문해 한미 원자력협력협정 개정 방향을 논의한 것이 특히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대한 논란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대통령 후보들도 각가 다른 원전 공약을 내놓고 있다. 정부의 원전 정책은 특히 창원의 관련 산업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 탈원전 정책의 지속과 전환에 대한 의견은. 

"한마디로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고 시대를 역행하는 잘못된 정책이다. 원전의 안전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만큼 중요하지만 우리나라의 탈원전 정책은 대통령선거 국면에서 과장된 측면이 있다. 당시 경주 지역의 지진과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후쿠시마 원전사고로 인한 피해 속에서 국민의 감성을 자극하는 공약으로 제시되면서 시작된 것이다. 따라서 실증적 조사와 국민의 총의를 모아, 더욱 철저한 안전을 바탕으로 원자력 발전은 지속, 확장해 가야 한다."
 
- 원전산업에 대한 세계적 추세는. 

"2021년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 결의에 따라 2050 탄소중립 시계에 맞춰 세계적으로 재생에너지를 비롯해 원자력 등 무 탄소 에너지원의 역할을 크게 확대해 나가고 있다. 선진국을 중심으로 원전 없는 탄소중립 실현은 어렵다는 데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원전을 친환경에너지로 분류했다. EU는 전체 에너지 생산량 중 2020년 12%에 머물던 원전 비중을 2050년까지 20%로 올릴 계획이다. 미국은 기존 원전의 가동 연한을 60~80년으로 연장했으며, 중소형 원전 건설을 서두르고 있다.

-한국의 탈원전의 문제는. 

"세계 10위권 온실가스 발생국인 우리나라도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 대비 40% 감축하겠다고 약속했다. 2039년 탈 석탄도 공언한 바 있다. 그렇지만 한국은 K-텍소노미에서 원전은 배제하면서 화석연료인 액화천연가스(LNG)는 포함시키는 모순된 양상을 보여주고 있다. 지금과 같은 탈원전 정책이 지속되면 2030년 산업용 전력가격은 44.9%  오를 전망이다. 이로 인해 제조업 생산지수는 12.5% 감소할 것이란 예측이다. 탄소중립 실현 전 경제파탄이 우려되는 대목이다."
 
- 탈원전 정책으로, 창원 소재 원전기업들이 직격탄을 맞고 있는데. 

"탈원전 정책은 두산중공업과 창원 소재 280개 협력업체의 감원과 줄도산을 불러오며, 창원 경제를 큰 위기에 몰아넣었다. 2016년 7728명이던 두산중공업 정규직 직원은 2019년에 6000명 규모로 줄었다. 그룹 내 다른 계열사로 전출된 직원까지 포함하면 탈원전 3년 만에 직원 35%가 회사를 떠났다. 협력업체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휴업이 장기화되면서 많은 기업이 숙련된 기술자를 해고했다. 그동안 축적해 온 선진기술이 사람과 함께 사라졌다.
 
- 우리나라 원전산업의 경쟁력은 어떤가. 

"한국의 원자력 기술은 세계에서도 손꼽을 만큼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창원은 우리나라 원자력 산업의 요람이다. 국내에서 가동 중인 원전 24기 중 14기의 핵심 기기를 창원의 두산중공업이 제작했다. 아랍에미리트에 건설 중인 신형 원전 8기의 핵심 기기도 두산중공업이 공급했다. 그러나 탈원전 정책이 지속되면 원전 신규건설 백지화 및 계속운전 금지로 인해 원전 부품을 공급하는 국내 산업 생태계가 붕괴될 수밖에 없다. 원전부품 시장이 축소되면 기업이 생산을 포기하게 되고 결과적으로 외국에 의존하게 되면 가격도 문제지만 적기 공급도 어려워진다. 이런 상황에선 전문인력 양성도 멈추게 되고 결국 한국의 원전산업은 경쟁력을 상실할 수밖에 없다."
 
- 우리나라의 원전 정책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보는가. 

"지구 온난화, 기후변화 위기는 이제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전 지구적 과제가 되었다. 탄소중립은 지역의 몰락이 아닌, 지역이 도약하는 기회가 되어야 한다. 창원은 세계적 수준의 원자력 제조기술을 이미 갖추고 있다. 미국에 중소형원전을 공급하는 협력체계도 완비했다. 최근에는 풍력발전 설비 제조기술까지 갖추면서 원자력을 포함한 친환경 에너지를 공급하는 세계 유일의 기술 도시로 탈바꿈하고 있다.탄소중립을 달성하는데 원전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로드맵을 정비하고, 원전기업이 더욱 기여할 수 있도록 지원에 속도를 내어야 한다."
 

1982년 기술고시에 합격해 공직 생활을 시작한 홍 전 본부장은  과학기술부 홍보관리관, 2009년 교육과학기술부 대변인, 2015년 국가지식재산위원회 지식재산전략기획단장 등을 거쳐 한국연구재단 사무총장을 역임, 한국의 학술·과학기술 진흥, 경영관리, 국제협력 등 연구원들의 업무를 총괄했다.
 

그는 과학기술에 대해 "학문을 발전시켜 새로운 지식을 창출하고, 나아가 국가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다양한 사회문제를 해결하며 국가 안보를 튼튼히 하는 국가 사회적인 역할을 수행한다. 모든 선진국들은 국가미래전략을 기획하는데 과학기술을 핵심적인 수단으로 활용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금 우리나라는 미중 기술패권 경쟁에 따른 산업구조 재편, 코로나19와 오미크론과 같은 감염병 확산, 기후 위기, 디지털 전환 등 4차 산업혁명 가속화, 인구절벽, 지역 소멸에 대응해야 하는 환경에 노출되어 있다"며 "이러한 난제를 해결하는 핵심 수단은 바로 과학기술이다"고 강조했다.
 

"모든 조직은  일반적인 운영이라는 한 축과, 상시적인 혁신을 통해 변화를 만들어 내는 또 다른 한 축을 잘 조합해야 지속 가능한 번영을 구가할 수 있다"는 소신을 가지고 있는 그는 미국 공인의 프로젝트 경영 전문가 자격(PMP)도 보유하고 있다.  

 

홍남표 전 과기부 과학기술전략본부장은

 

△마산고 졸업(1979년)
△서울대·대학원 졸업(공학박사)
△기술고등고시 합격(제18회)
△과학기술부 장관 비서실장·기획예산담당관
△대통령비서실 선임행정관
△교육과학기술부 대변인·원자력국장
△미래창조과학부 감사관
△한국연구재단 사무총장(제4대)

최진원 기자 dotmusic@busan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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