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개최된 태종대 혹서기 전국 마라톤대회
이열치열 정신… 태종대 높은 언덕 뛰며 ‘여름’ 나기
높은 언덕 갈 땐 걷게 돼… 내리막에서 속도 내기

부산 영도구 태종대에서 17일 열린 태종대 혹서기 전국 마라톤 대회에서 피니시 라인에 들어오고 있는 기자의 모습. (독자 제공)
부산 영도구 태종대에서 17일 열린 태종대 혹서기 전국 마라톤 대회에서 피니시 라인에 들어오고 있는 기자의 모습. (독자 제공)

2019년부터 꾸준히 러닝을 이어오다, 2020년 코로나19가 본격화된 이후 가끔 러닝을 이어오고 있는 기자에게 전설처럼 전해지는 ‘극악’ 수준의 대회가 있다. 바로 ‘태종대 혹서기 전국 마라톤대회’다.

실제 달리기를 하고 있는 러너들을 만나보면, 이들 사이에서 부산 영도구 태종대를 뛰는 코스는 ‘난이도’는 최상으로 평가된다. 산을 오르는 것 같은 느낌의 언덕(uphill)이 지속되는 코스이기 때문에, 체력 소모가 크기 때문이다. 특히 햇빛이 일찍부터 나는 여름 아침에 시작하는 마라톤 대회는, 참가자들의 더위와 습도 그리고 언덕을 이겨내야하는 정신력을 필수적으로 요구한다.

이번 기사를 통해, 꾸준하려고 ‘노력’하는 ‘러너’로서 이번 대회에 참여한 소감과 러닝 능력이 뛰어나지 않은 러너로서 14km를 완주할 수 있었는지를 체험기 형식으로 전달해 보고자 한다.

기자는 이열치열(以熱治熱) 정신을 품고, 영도 태종대의 절경을 즐기며 뛸 수 있는 제일 짧은 코스인 14km(이 외에도 28km와 35km 코스 존재)를 지난 6월 15일 신청했다. 신청 이후, 꾸준히 언덕 달리기 운동과 거리 운동 등을 해야 한다는 주위 러너들의 조언을 들었지만 이미 잡혀있는 일정과 약속 등으로 훈련을 소홀히 했다.

그러다 대회를 이틀 앞둔 7월 15일이 되자 불안감이 엄습해왔다. 코스를 완주하고 내 다리가 괜찮을까부터, 더워서 중도포기하는 것은 아니겠지 하는 걱정들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스스로 ‘어떻게되는 되겠지’라는 마음을 가지고 대회에 참여했다. 서울, 경기도, 강원도, 대구, 울산 등 전국 각지에서 대회에 참여하기 위해 대회 1~2일 전부터 친구들이 부산을 왔기 때문에 혼자 대회 참가를 그만둘 수는 없었다. 친구들과의 의리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완주’는 하겠다는 마음을 먹었다.

부산 영도구 태종대에서 17일 열린 태종대 혹서기 전국 마라톤 대회 부스들 앞에서 기자와 기자가 소속된 온라인 러닝크루 '갱런' 멤버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모습. (독자 제공)
부산 영도구 태종대에서 17일 열린 태종대 혹서기 전국 마라톤 대회 부스들 앞에서 기자와 기자가 소속된 온라인 러닝크루 '갱런' 멤버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모습. (독자 제공)

대회날인 17일 오전 6시 30분경 집결지인 태종대 주차장 인근에 도착했다. 부산아마추어마라톤클럽연맹은 △남‧여 탈의실 △진료부스 △각종 음료(물‧콜라‧게토레이 등) 및 간식(수박 화채) 부스 △동호회별 부스 등을 정성스레 준비해놓았다.

6시 50분경 부터는 대회를 후원하는 영도구와 영도구체육회 등의 관계자들도 합류해, 대회 개회식이 공식적으로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참가자들은 특히 ‘몸풀기’인 ‘스트레칭’을 함께 하며 대회 전 호흡을 고르는 모습을 보였다.

대회 시작 전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러너들의 모습. (독자 제공)
대회 시작 전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러너들의 모습. (독자 제공)

7시 30분경부터 35km 코스의 출발을 기점으로 대회가 시작됐다. 시작 직전까지 러너들은 출발지에 모여 사진을 찍는 듯 환하고 밝은 모습이었다. 기자도 친구들과 함께 열심히 드론 카메라, DSLR 카메라, 휴대폰 카메라 등을 찍으며 신나있었다.

기자는 14km 출발이라 7시 50분경 출발을 했다. 처음부터 1km여 거리동안 지속되는 언덕에서 ‘멈출지언정 걷지 않는다’는 정신을 마음에 새기고 느린 속도지만 지속적으로 발을 굴렸다. 가는 동안 숨이 너무 헐떡이고, 땀이 나기 시작했기 때문에 물을 마시고 싶었다. 때마침 언덕에는 ‘급수대’가 설치되어 있었고 급수대에서 입을 축이고 다시 레이스를 이어갔다.

내리막을 갈 때도 페이스를 일정하게 유지해야한다는 생각으로 꾸준히 뛰었다. 먼저 출발한 35km와 28km에 참여한 친구들이 보이면 크게 “화이팅”을 외치며 응원하는 여유도 부렸다. 그런데 두 번째 언덕이 나오자, 발을 굴리는 것이 쉽지 않았다. 첫 언덕에서 언덕을 뛰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를 느꼈기 때문이다. 그 때부터 언덕이 나오면 걷기 시작했다. 전략을 바꿔서 내리막이 나오면 빠르게 뛰어서 평균을 유지해보자는 생각이었다.

3.5km 반환점이 보이자 신이 났다. 이제 4분의 3만 더 뛰면 된다는 생각이었기 때문이다. 동시에 혹시라도 기록이 누락될까봐 걱정을 하면서 ‘기록측정칩’이 지나가는 ‘패드’를 꼭꼭 밟았다. 또 야무지게 급수대에서 물을 또 챙겨먹었다.

그런데 5km 지점을 지나기 시작하자 오른쪽 고관절이 뻐근한 느낌이 느껴졌다. 그러다보니 내리막에서도 속도를 내다가 다치지는 않을까하는 두려움이 생기기 시작했다. 속도를 늦추면서 달렸다. 그러면서 급속도로 체력이 감소하기 시작했다. 7km만 뛰고 중도 포기할까하는 생각이 드는 시점이었다. 감사하게도 같은 코스를 뛰는 한 친구가 할 수 있다며 같이 달리기 시작했다.

부산 영도구 태종대에서 17일 열린 태종대 혹서기 전국 마라톤 대회에서 기자가 코스 진행중, 카메라를 발견하고 최선을 다해 웃음을 보이고 있는 모습. (독자 제공)
부산 영도구 태종대에서 17일 열린 태종대 혹서기 전국 마라톤 대회에서 기자가 코스 진행중, 카메라를 발견하고 최선을 다해 웃음을 보이고 있는 모습. (독자 제공)

경북 경산에서 온 친구인 최원근 러너가 함께 뛰어주니 혼자 포기하기 어려워진 것이다. 다시 출발지점에 가니 7km 반환점 측정 패드가 보였다. 또 열심히 패드를 밟았다(실제 기록이 누락되는 경우가 종종 있어서 측정될 때 ‘삐’ 소리가 나는지 꼭 확인해야 한다). 다시 언덕이 시작되는데 이 때부터는 언덕에서 ‘뛸’ 시도조차 안하게 됐다. 언덕에서 뛰는 것이 너무 고통스럽다는 것을 인지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때부터는 왼쪽 고관절도 뻐근함을 느끼기 시작했다. 그렇지만 간간히 만나는 카메라 앞에서는, 있는 힘을 다해 다리를 굴리고 웃는 표정을 지어봤다. 또한 너무 습하고 더워서 코스 중간에 등목(?)을 하고 달려보는 진귀한 경험도 했다.

부산 영도구 태종대에서 17일 오전 열린 ‘제13회 혹서기 태종대 전국마라톤대회’에서 러너들이 마라톤에 도전하고 있다. (독자 제공)
부산 영도구 태종대에서 17일 오전 열린 ‘제13회 혹서기 태종대 전국마라톤대회’에서 러너들이 마라톤에 도전하고 있다. (독자 제공)

이후로도 언덕이 나오면 자동으로 걸었다. 그래서 한 편으로 열심히 뛰고 있는 주로에서 만나는 러너들이 존경스러우면서도 더욱 열심히 훈련을 해서 다음 대회에는 걷지 말고 뛰어보자는 목표가 생기게 되었다.

​부산 영도구 태종대에서 17일 열린 태종대 혹서기 전국 마라톤 대회에서 이민주(왼쪽) 러너가 피니시 라인으로 들어오고 있는 다른 러너의 완주를 축하해주고 있는 모습. 김윤지 기자
​부산 영도구 태종대에서 17일 열린 태종대 혹서기 전국 마라톤 대회에서 이민주(왼쪽) 러너가 피니시 라인으로 들어오고 있는 다른 러너의 완주를 축하해주고 있는 모습. 김윤지 기자

똑같은 코스를 다시 돌고, 마지막 내리막이 나오는 약 12km 지점 근처에서 이미 14km를 완주한 경기도 성남에서 온 이민주 러너가 마중을 나와서 같이 달려줬다. 그리고 내가 뛰는 모습을 촬영해주기도 했다. 동영상 속에는 “내가 왜 뛰고 있는 거야”라며 ‘현타’를 느끼고 있는 기자의 모습이 담겼다. 그리고 완주한 친구가 힘들 텐데 함께 달려주는 것이 너무 고마워서 마지막 피니시 라인까지는 멈추지 않고, 속도를 빠르게 유지하면서 열심히 뛰었다.

부산 영도구 태종대에서 17일 열린 태종대 혹서기 전국 마라톤 대회를 달린 기자의 기록. 총상승 누적 고도가 500m에 달하고 있다. 김윤지 기자
부산 영도구 태종대에서 17일 열린 태종대 혹서기 전국 마라톤 대회를 달린 기자의 기록. 총상승 누적 고도가 500m에 달하고 있다. 김윤지 기자

약 9시 50여분경, 1시간 57분 14초라는 기록으로 피니시 라인에 들어오는 순간 중도 포기를 하지 않고 끝까지 완주한 내 스스로가 뿌듯해졌다. 주최 측에서 준비한 얼음물과 수박화채를 시원하게 먹고, 발을 편하게 러닝화에서 슬리퍼로 갈아신고 더 긴 코스를 뛰고 있는 러너들을 응원하고자 피니시 라인에서 파이팅을 외치며 친구들의 완주를 기다렸다. 이 과정에서 중도 포기 하지 않고 열심히 달리는 러너들을 보며, 다시 한 번 존경의 마음과 꾸준한 달리기 훈련에 대한 의지를 다지게 되었다.

​부산 영도구 태종대에서 17일 열린 태종대 혹서기 전국 마라톤 대회에서 각자의 코스를 완주한 기자와 러너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모습. (독자 제공)
​부산 영도구 태종대에서 17일 열린 태종대 혹서기 전국 마라톤 대회에서 각자의 코스를 완주한 기자와 러너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모습. (독자 제공)

친구들이 함께 피니시 라인을 통과하자 모두 즐겁게 기념촬영을 한 후, 인근 ‘온천’에서 목욕을 했다. 이렇게 개운한 상태에서 친구들과 부산 맛집 투어를 하며 부산 곳곳을 즐기니, 대회 당시 힘들고 중도 포기하고 싶었던 감정과 "다시는 태종대 안 뛰어"라는 결심이 조금씩 옅어지기 시작했다. 결국 함께 했던 친구들과 함께 “내년에도 또 만나자”는 기약하기에 이르렀다.

​부산 영도구 태종대에서 17일 열린 태종대 혹서기 전국 마라톤 대회에서 피니시 라인에 들어오고 있는 이정표 러너의 모습. 김윤지 기자
​부산 영도구 태종대에서 17일 열린 태종대 혹서기 전국 마라톤 대회에서 피니시 라인에 들어오고 있는 이정표 러너의 모습. 김윤지 기자

힘들었지만 다시 도전하기로 결심하는 러너들은 기자 한 사람만은 아니다. 강원도 인제에서 대회에 참여한 이정표 씨도 “이전에도 태종대 대회에 참여한 적이 있어서, 코스를 아니깐 내리막은 달리고 오르막은 걷자는 목표를 세워 참여했다”며 “내년도 하게 되면 42km에 도전해서 5시간내에 들어와 볼까하는 생각이 든다”고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결론적으로, 모든 상태가 초기화된 러너라도 14km 태종대 코스 완주는 ‘의지’와 ‘주위 도움’으로 어떻게든 해냈다. 하지만, 건강하게 부상을 당하지 않고 완주를 하기 위해서 혹은 대회 이후 고관절이 묵직한 피로도에서 빨리 벗어나기 위해서는 꾸준한 훈련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김윤지 기자 kimyunzee@busan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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