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희 부산제일경제 발행인

대기업 유치, 글로벌 진출 토대 마련 우선
최고의 교육·병원·문화인프라 구축도 필수
朴시장, 동남권 메가시티 추진 적극 나서야

이태희 부산제일경제 발행인
이태희 부산제일경제 발행인

 

발행인 칼럼 첫편 "'돌아와요 부산항에'의 조건"에 많은 분들이 호응과 격려를 해주셨다. 반응은 대부분 "부산의 절박함은 이해하지만, 기업이 부산을 가겠냐"는 것이었다. 삼성그룹 계열사의 한 고위임원은 "대기업들은 글로벌화에 관심이 쏠려 있고, 상장을 미국에 하는 세상인데 부산을 가야할 이유가 뭔가"라고 되물었다. 두산그룹 계열사 사장을 맡았던 한 분은 "대기업은 지방분권 등과 같은 가치에 관심이 없다"며 "기업은 활동하기 좋고, 인재확보를 하기 제일 좋은 곳이 장땡"이라고 말했다. 그는 "부산이 정말 기업유치를 하고 싶다면, 부산에서 글로벌 진출을 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 돼야 한다"며 "창업이 가장 활발하게 이뤄지는 이스라엘의 경우 창업 때부터 '시작부터 글로벌'이란 문화가 있는데, 부산도 이를 배울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박형준 부산시장 취임 이후 부산시도 기업 유치를 위한 파격적인 행보를 계속하고 있다. 일례로 부산시는 센텀시티의 마지막 노른자위 땅인 일명 '세가사미 부지' 등 부산시가 가진 공유재산 중 입지가 좋은 곳들을 우수기업 유치에 활용하기로 했다. 국내 대기업이나 해외기업이 부산에 이전해 오면, 해당 부지를 파격적인 조건으로 장기임대하고 매입 기회까지 준다는 것이다. 
 

부산은 그간 이런 '부동산 중심적'인 발상은 많이 해 왔다. 지금도 가덕도 신공항 개발과 2030 엑스포 유치에 도시의 사활을 걸고 있다. 박 시장도 이를 명확히 알고 있다. 박 시장은 지난 20일 부산경제인총연합회(부산경총) 조찬 강연에서 "부산은 그간 기계, 부품, 조선, 기자재 등 중화학 중심의 발전을 계속해 왔고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인프라 구축은 성공적으로 해 왔다"면서도 "장기적으로 미래를 만들어갈 수 있는 산업전환에는 실패한 것이 아니냐는 판단이 든다"고 말했다.박 시장이 말한 산업전환은 '디지털화(ditalization)'와 '탈탄소화'(decarbonization)였다. 탈탄소화는 화석연료를 중심으로 한 산업체계에서 신재생에너지 중심으로 넘어가자는 것으로, 흔히 탄소중립이란 표현을 많이 쓴다. 
 

기업에게 더 중요한 것은 이런 산업적 거점보다 인재다. 부산시에서는 최근 '부산에서 인재를 키워 부산에서 채용하자'는 기업과 협업을 자주 하고 있다. 클라우드 딜리버리 플랫폼 기업인 베스핀글로벌과 부산시가 향후 5년간 최소 500명, 최대 2000명의 데이터 전문인력을 '부산에서 키워서 부산에서 채용한다'는 협약을 맺은 것이 대표적이다. 부산의 대학에서 기업에 필요한 최적화된 인력을 키워내는 방식은 매우 긍정적이다. 
 

그러나 더 많은 기업들이 부산에 올 수 있기 위해서는 '인재가 필요로 하는 것들'을 알아야 한다. 삼성전자의 한 임원은 "인재유치를 위해서는 가족이 안심하고 이사올 수 있는 인프라가 갖춰져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 인프라는 '최고 수준의 대학 또는 그런 대학에 진학할 수 있는 학원 시스템, 그리고 안심하고 치료받을 수 있는 최고 수준의 병원과 문화 시설'이라고 그는 말했다. 최근 국내에서 가장 뜨거운 산업분야인 반도체 관련 공장이 경기와 충청권에 집중되는 이유도 바로 이런 인프라가 잘 갖춰진 수도권에 인접해 있기 때문이라고 그는 지적했다.
 

부산이 이런 인프라를 갖출 수 있는 가장 좋은 방안은 부산을 '제2의 수도권'으로 키우는 것이다. 이른바 '부울경 메가시티' 제안이 그 대안이다. 지금은 수감된 김경수 전 경상남도 지사가 처음 내세운 이 제안은, 부울경의 행정 및 산업 인프라를 통합해 1000만 인구를 갖춘, 제2의 수도권으로 키우자는 제안이다. 김 전 지사가 '댓글조작' 혐의로 2년형을 선고받고 영어의 몸이 된 지금은, 이 프로젝트를 수행할 유일한 인물은 박형준 부산시장이다. 박 시장은 김 전 지사와 함께 지난 4월 '동남권 메가시티 개발'을 위한 협업에 합의하고 내년 3월까지 관련 로드맵을 공개하기로 한 바 있다. 박 시장이 부디 이 약속을 잘 지켜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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