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0억 투입 10년 공사 ‘초량천 복원 사업’ 논란거리로
5억짜리 조형물 “전혀 어울리지 않아” 지적 쇄도
상인들 “관광상품 기대 물거품…장사 도움안돼” 아쉬움
계단 2곳 설치하도고 사용 못하도록 차단 “예산낭비”

부산 동구 초량동에 조성된 초량천 복원 사업의 일환으로 들어선 공공예술품인 ‘살림숲’ 작품 모습. 김윤지 기자
부산 동구 초량동에 조성된 초량천 복원 사업의 일환으로 들어선 공공예술품인 ‘살림숲’ 작품 모습. 김윤지 기자

10년 동안 370억원이 투입된 부산시 동구 ‘초량천 생태하천복원사업’이 우여곡절 끝에 마무리되자마자 논란거리가 되고 있다.

초량동 하나은행~ 초량 육거리 간 316m 의 초량천의 상부 복개를 걷어내고 늘 물이 흐르도록 정비한 이 사업은 2011년 착공, 370억원(국비 185억원·시비 185억원)이 투입돼 지난 10월 1차 사업이 마무리됐다.

대표적인 논란대상은 부산지하철1호선 초량역 인근 하천 하류에 설치된 조형물. 주민들이 기증한 타이어 휠, 바가지, 요강 등 등 손때가 묻은 물품으로 조성된 예술품이다. 높이 6m에 64개의 기둥에 다양한 물품이 매달려 숲을 연상케 한다.

5억원이 투입된 이 조형물은 조성 과정에서도 ‘예술품’이냐 ‘쓰레기냐’ 등 논란이 일기 시작했다. 부산시와 동구에 철거해 달라는 민원도 제기된 것으로 전해졌다.

조형물을 조성에는 최정화 작가 등 부산 시각 예술 작가 17명이 참여했다. 라움 미술관에도 작품이 전시되고 있는 최 작가는 박형준 시장의 국회사무총장 시절인 2015년 국회 앞 잔디광장에 ‘과일나무’를 조성한 것을 두고 박 시장 부인과의 친분이 작용한게 아니냐는 의혹이 지난 4·7 부산시장 보궐선거 당시 제기되기도 했다.

초량천 인근 40대 주민 A씨는 “작가의 작품세계는 존중한다. 이것으로 쓰레기냐 예술이냐의 문제를 제기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며 “다만 최근 초량이 재개발 등으로 젊은 인구들이 유입되며 새로운 성장을 기대하고 있는 상황에서 꼭 생활 집기류로 조형물을 만들어야 했을까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공공예술품이 작가의 작품세계도 중요하지만, 이를 자주 보게되는 주민이나 상인들의 눈쌀을 지푸리게 한다면 문제가 있는게 아니냐”고 덧붙였다.

인근 초량 재래시장의 한 상인은 “초량천이 생태하천으로 복원되고 포토존이 생기면 시장을 찾는 관광객도 늘어나 장사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를 했는데 물거품이 되는 것 같다”며 아쉬워 했다.

지난 21일 포항에서 부산을 찾은 김모(32)씨는 “부산역에서 내려 돼지국밥을 먹으러 초량으로 오면서 이 조형물을 봤는데 이 조형물이 무엇을 의미하고, 왜 이 곳에 있어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이 조형물을 배경으로 사진 찍고 싶지 않았다”고 말했다.

부산 동구청 광장에서 10월 28일 '초량천 복원의 현재와 미래'라는 원탁토론회가 열리고 있는 모습. (동구 제공)
부산 동구청 광장에서 10월 28일 '초량천 복원의 현재와 미래'라는 원탁토론회가 열리고 있는 모습. (동구 제공)

주민들의 지적이 잇따르자 동구는 지난 10월 28일 ‘초량천 복원의 현재와 미래’라는 주제로 원탁토론회를 열기도 했다.

최형욱 구청장은 토론회에서 “초량천 생태하천복원사업에 대해 주민이 만족할 때까지 부산시로부터 이관을 받지 않겠다”며 “이 사업의 성공적 추진과 주민이 공감하는 예술정원 조성을 위해 (가칭)초량천 시민 위원회를 구성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럼에도 구민들의 불만은 가라앉지 않는 모양새다. 인근 아파트 주민 B씨는 “진지하게 구청장과 토론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갔는데, 주최 측에서 원하는 질문만 골라서 답변하는 모양새였다”고 토로했다.

배인한 동구의회 의원도 “동구 홈페이지에 초량천 조형물 철거를 요구하는 민원만 50개가 넘는 상태에서 진지한 토론의 장을 기대했지만, 공공미술 사업에 대한 주민 공청회가 아니라 대마도나 밀양 등 초량천과 지역여건이 전혀 다른 사례를 홍보하는 등의 아쉬운 토론회였다”고 평했다.

부산 동구 초량동에 조성된 초량천 야경 모습. 김윤지 기자
부산 동구 초량동에 조성된 초량천 야경 모습. 김윤지 기자

지난 23일 초량천 인근에서 만난 60대 구민 박 모씨는 “초량천을 계기로 ‘공공예술’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고민하게 됐다”며 “세금이라는 공공의 지원을 받아 설치하는 공공조형물은 주민의 합의나 설득의 과정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부산 동구 초량동에 조성된 초량천으로 내려가는 계단이 막혀 있는 모습. 김윤지 기자
부산 동구 초량동에 조성된 초량천으로 내려가는 계단이 막혀 있는 모습. 김윤지 기자

보행데크에서 하천으로 내려가는 두 군데의 계단도 주민들이 출입할 수 없도록 막혀있어 논란거리다. B씨는 “계단을 사용하지 못하게 할 바엔 애당초 만들지 않았다면 돈을 낭비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하천사업 1단계 완료 후 현장을 둘러보던 부산시 책임자가 비가 많이 올 경우 유속이 빨라지면 시설물 등도 함께 쓸려갈 가능성이 높아 생태하천으로 조성하기 쉽지는 않다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고 전했다.

박형준 부산시장은 최근 초량천을 방문해 “악취 등 시민께서 지적해주신 사항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개선해 나가도록 하고 분류식 하수관거 설치를 통해 오수가 원천 분류되도록 해 근본적인 해결책을 마련할 것”이라며 “2단계 복원사업 추진 시 주민 의견을 적극 반영해 15분 생활권에 아름답고 편안한 친수공간을 만들어 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김윤지 기자 kimyunzee@busan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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