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시장의 변화로 기술창업 다변화… 제2벤처붐 ‘가시화’
2000년대 초반 벤처붐과 달리 액셀러레이션 등에 진화된 상황
4년간 창업기획자 300개사 등록… 초기창업 장벽 낮추는 역할
성장단계인 스케일업은 과제… 부산, 전략산업 위주 지원나서

지난 10월 개최된 BSW BOUNCE 행사에서 부산 대표적 데모데이인 B-벤스데이가 개최돼 IR 피칭무대가 펼쳐졌다. (시리즈벤처스 제공)
지난 10월 개최된 BSW BOUNCE 행사에서 부산 대표적 데모데이인 B-벤스데이가 개최돼 IR 피칭무대가 펼쳐졌다. (시리즈벤처스 제공)

세계 경제의 관심이 창업현장에 모이고 있다. 산업은 전환 중이며, 흐름은 이미 시작됐기 때문이다. 기존산업은 변화의 흐름에 함께하거나 혹은 좌초되는 흐름을 선택해야 하는 기로 위에 있으며, 냉혹한 경제 움직임은 변화 앞에 주저할 기존산업보다는 빠르게 노선을 정하는 ‘스타트업’에 모험을 거는 모양새다.

4차 산업혁명 시대가 열린 이후 국가단위에서 검토하게 된 기술혁신은 전국 ‘스타트업 붐’을 형성하기에 충분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올해 8월 ‘제2벤처붐’이라는 말을 꺼내며 2000년대 일었던 초기 제1벤처붐과는 달리 현재는 성숙하고 진화된 상황이라고 짚었다.

앞선 제1벤처붐 시기, ‘위험을 무릅쓰다’는 의미가 내포된 벤처(venture)의 야심찬 출발이 있었지만, 적지 않은 창업자들이 ‘성공’이라는 화려한 면을 장식하지 못하고 ‘실패’라는 씁쓸한 단면 속에 감춰지기도 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의 언급과 같이 성숙하고 진화된 현재의 창업현장은 크게 △시장의 변화 △창업 보육 △벤처투자 △정부 지원 등에 힘입어 자연스럽게 규모가 커졌으며, 보육과 투자 등의 활성화로 인해 단계적인 성장을 밟아나가고 있다. 

초기창업을 돕는 액셀러레이터 제도가 정착되면서 창업 진입까지는 더욱 활성화하는 모양새다. 다만 성장 단계인 스케일업은 다소 미흡하다는 평가가 있었으며, 앞으로 정부와 더불어 지역의 과제로도 떠오르고 있다. 

전국적인 창업생태계가 활성화되고 있지만, 환경, 전통산업, 인구상황 등 지역의 상황에 맞춘 각 지자체의 섬세한 창업 육성 전략이 요구되고 있다.

 

① 초기창업: 액셀러레이션(Acceleration)                                                    

통계청의 올해 4월 e-나라지표 자료에 따르면 신규 사업자등록을 마친 창업기업은 지난해 약 148만개사로, 해마다 창업기업은 늘어나는 추세다. 특히 기술기반업종 창업은 지난 2016년 이후 매년 늘어났으며, 2020년에는 22만8949개사에 달했다. 

창업의 형태는 다양하지만, 국가 단위로 보면 향후 고용창출 및 국제무대에서도 활약할 가능성이 있는 혁신기술 창업에 큰 관심이 쏠리는 경향이 있고, 투자자들 또한 이런 방향에 따라 움직이게 마련이다. 

그러나 이런 기술기반 창업기업을 포함한 대다수의 창업자들이 자기자본으로 창업하고, 팀을 구성하기보다는 단독창업을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소벤처기업부의 2019년 창업기업실태조사에는 조사자 중 94.5%가 독자적 자금으로 창업했다고 답했으며, 86%가 자신만의 아이디어로 창업에 뛰어든 것으로 확인됐다. 

이러한 상황에서 중기부는 지난 2016년부터 액셀러레이터로 알려진 ‘창업기획자’제도를 시작해 초기창업자의 아이템을 구체화하고 투자받을 수 있도록 했다. 지난해 11월 기준 약 300개 이상의 액셀러레이터가 등록됐고, 이들은 창업기업을 발굴·보육·투자하면서 시장성과 성장성을 고려한 조언 등을 통해 사업 실패율을 낮출 수 있도록 유도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 창업자들이 사업에 좌절을 겪더라도 다시 도전할 자신감을 가질 수 있어 최근에는 창업 접근성이 높아지는 양상이다.

특히 액셀러레이터는 법적으로 투자금액의 50% 이상을 창업 초기기업에 투자하도록 되어 있어 사업을 시작하려는 예비창업자들의 버팀목이 되고, 정보의 부족으로 정부의 지원사업을 받지 못했던 창업자들에게 연결창구도 되어주면서 정책의 방향을 현실화하는 역할도 하고 있다.

다만 부산을 비롯한 지역마다 공공기관이나 공기업, 대학 등이 창업보육 프로그램을 통해 액셀러레이터 역할의 일부를 수행하지만, 지원규모, 절차의 복잡함 등에 실질적인 도움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사례도 있다. 

액셀러레이터의 보육 과정은 스타트업을 홍보해 투자, M&A, 구매, 채용, 홍보 등 기회를 제공하는 ‘데모데이’를 마지막 프로그램으로 배치하게 되는데, 부산에서는 민간 액셀러레이터인 시리즈벤처스 주도로 진행되는 B-벤스데이가 대표적이다. 

이밖에 부산창조경제혁신센터, 부산관광기업지원센터 등 기관 창업보육 프로그램을 진행하지만, 데모데이의 경우 투자유치 성격보다는 우수기업 시상과 후속 교육 연결의 성격이 짙다. 

이렇듯 부산에서 표면에 드러난 창업생태계는 전국·국제의 움직임에 비해 다소 느린 호흡으로 진행되는 분위기를 보이며, ‘창업강국’이라는 거대한 목표에 다가서기엔 과제가 많은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최근 부산, 울산, 경남 지역을 소재지로 두거나 지역에서 활동하는 기술기반 스타트업의 투자유치 소식이 들려오면서 활발해질 조짐을 보인다. 투자유치의 배경은 지역 전통산업의 고도화, 브랜딩, 연구개발 등 지역 자원을 활용한 아이디어가 주요했다.

창업은 속도감이 중요한 만큼, 지역 액셀러레이터와 창업자들이 빠르게 성장하려면 지역의 지원과 산업별 인프라가 구축되어야 한다는 조건이 붙는다. 

부산에서 유니콘기업(기업가치 1조원 이상)을 배출하기 위해서는 내실 있는 액셀러레이터의 활동과 현실화된 지원 정책, 지역 상황에 맞는 섬세한 전략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② 스타트업 이후 성장까지 이어질 ‘스케일업’ 중요

국내에서 창업 접근성이 높아지면서 초기창업이 늘어나 분위기가 형성되는 ‘대중화’는 이뤄냈다는 평가가 있지만, 이후 ‘생존’ 단계에서는 성과가 미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부산에서 개최된 BSW BOUNCE(부산스타트업위크 바운스) 행사에서는 과학기술정책연구원과 아산나눔재단이 함께 수행한 연구결과를 통해 한국 창업현장의 동향을 소개했다.

발표자로 나선 김영환 위원은 “한국은 정부 주도 지원정책과 투자 시장 확대 노력에 창업생태계는 성장을 거뒀다”면서 “한국의 창업 빈도는 높은 수준이지만, 여전히 창업 내실화와 고도화는 한계를 보이고 있으며, 정부 예산 대부분이 초기창업에 국한돼 스케일업(성장단계 기업)에 대한 부분이 아쉽게 작용한다”고 지적했다.

지난 10월 열린 부산스타트업위크 바운스(BSW BOUNCE) 행사에서 과학기술정책연구원과 아산나눔재단이 함께 수행한 연구결과를 김영환 위원이 발표하고 있다. 김지혜 기자
지난 10월 열린 부산스타트업위크 바운스(BSW BOUNCE) 행사에서 과학기술정책연구원과 아산나눔재단이 함께 수행한 연구결과를 김영환 위원이 발표하고 있다. 김지혜 기자

이 연구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창업기업 생존율은 초기인 1년 단위로는 63.7%로 다소 높은 수준이지만, 5년으로 기간을 확대하면 31.2%로 줄었다. 

또한 그는 “(한국은) 아이디어 중심의 가벼운 창업들이 주를 이루고, 기술 기반 혁신형 창업 비중은 아직 낮은 상태며, 엑시트(EXIT·투자회수) 시장은 M&A(인수합병) 보다는 IPO(기업공개·상장)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앞으로 △혁신적 기술창업 활성화 △인재·자금 유입 촉진 △M&A 시장 활성화 등 3대 지원 방향을 설정한 것도 이런 배경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이날 연구결과에 따르면 지역 창업생태계의 특성화 전략이 부족하고, 지역의 창업지원 조직의 질적·양적 측면 모두 저조한 평가를 받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밖에도 다른 국가 창업생태계는 활동 무대를 국제규모로 넓히는 수순을 밟지만, 한국은 글로벌화가 낮다는 지적과 함께 글로벌 개방성을 확대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평가도 있었다.

연구결과에 드러나듯이 부산에서도 지역 창업지원 조직이 부산시 조직 변화에 좌우되는 경향을 보여왔으며, 전폭적인 지원을 할 수 있음에도 소극적인 움직임이었다.

특히 부산은 중기부 산하의 창조경제혁신센터, 대학 사업단, 부산관광공사 등 기관에 도움을 받는 창업이 널리 알려져 있고, 초기창업자들은 비교적 정보가 많은 기관 사업에 참여하기 위해 많은 힘을 쏟기도 한다. 

그러나 기관이 보육을 맡은 창업기업은 전국을 대상으로 모집해 지역 창업자들이 지원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고, 경쟁사가 상대적으로 적은 부산에서 초기창업한 뒤 스케일업 단계에서 부산을 떠나는 사례도 있다.

지역에서 성장한 뒤 수도권으로 떠나는 사례는 적지 않게 확인되는데, 이에 대한 해법은 부산지역 상황에 맞는 전략적인 창업기업을 육성하는 것이다. 지역에 갖춰진 인프라를 활용해 스케일업 역시 빠르게 이어갈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물류·관광·MICE 등의 특화산업의 장점과 아세안과 교류가 빠른 지리적 특성을 활용한 아이템도 좋은 전략이 될 수 있으며, 기존산업의 전환 시기에 협업을 이끌어내는 것도 부산이 고려할 수 있는 선택지가 될 수 있다. 

특히 아세안과 비즈니스의 경우,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글로벌 전략을 빠르게 수행하기 위해서는 창업생태계를 지금보다 더 활성화시켜야 이후 속도전에서 우위를 선점할 것으로 보인다. 

 

③ 부산 창업 전략, 7대 전략산업으로 '전환' 중점

창업생태계가 점점 모양을 갖추는 상황에서 투자자들은 각자 가치와 수익 실현을 위해 스타트업을 발굴·육성하지만, 부산시는 ‘지역경제 성장’이라는 전략을 설정하고 창업을 유도해야 한다.

이에 부산시는 올해 8월 ‘부산 지역뉴딜 벤처펀드’ 조성을 계획하고 운용사 2곳을 9월 말 선정한 바 있다. 이 펀드는 부산에서 지난 2019년부터 개편해 육성해온 7대 전략산업인 △스마트해양 △지능형기계 △미래수송기기 △글로벌관광 △지능정보서비스 △라이프케어 △클린테크 분야 지역 혁신기업과 창업벤처기업에 투자한다는 내용이다. 

부산의 조선, 해양, 수산, 물류, 부품, 관광 등의 전통산업을 전환해야 하는 과제가 있는 만큼 이 분야에 IT, 밸류체인, 자율주행, 드론, MICE 등의 새로운 산업과 접목해 경제성장을 이끌겠다는 계획이다. 

이중 스마트해양, 지능형기계, 미래수송기기, 글로벌관광 등 4개 분야는 기존 주력산업의 고부가가치를 높이거나 첨단산업으로 전환을 시도한다. 해양분야는 바이오, 수산가공업 등을 예로 들 수 있으며 부품의 경우 스마트팩토리, 하이테크소재 등을 집중적으로 언급하고 있다. 

이밖에도 부산시는 물류와 연결되는 수송시스템을 자율주행차, 항공, 드론 등으로 육성할 계획이 있으며, 글로벌관광은 MICE 연계된 해양레저·의료·뷰티관광 분야가 포함돼있다. 

이처럼 부산의 기존산업 분야는 인력과 시설 등 인프라가 갖춰져 있어 창업자와 부산시 모두 좋은 환경에서 사업을 이어갈 수 있는 여지가 보인다. 

다만 지능정보서비스, 라이프케어, 클린테크 등 신기술 중심 3개 분야는 국제적 산업 트렌드에 맞춰져 있어 부산만의 전략으로 설정하기엔 부족함이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등장 이후 지속 강조되어 온 혁신기술인 인공지능(AI), IoT, 빅데이터 등 지능정보서비스 소프트웨어 개발에 대해서는 수도권에서 강세를 보이는 상황에서 부산시가 제시한 △콘텐츠 △게임 △스마트금융 △스마트헬스케어 △에너지 등은 경쟁에서 이겨낼 수 있을지 의문부호가 붙는다. 

그러나 함께 제시한 △영화·영상 △신발·패션 △디자인 △항노화 △원전해체 △방사선의과학 등의 분야는 부산에 갖춰진 인프라와 전통 산업군, 대학교 인재육성 전략 등이 있어 성장이 기대되는 부분이다. 

바운스 행사에서 발표된 창업생태계 연구에서는 신기술·신산업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창업 전략을 기술과 연계시킬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또한 지역산업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창업정책과 사회를 선도할 수 있는 문제 해결 방식의 창업 모델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한 바 있다. 

부산에 고착되어가는 일자리 문제가 창업으로 변화하고, 기존 전략산업이 시대의 흐름에 따라 전환을 시도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공교롭게도 이 두 가지 과제를 함께 해결할 수 있는 혁신기술 혹은 디지털 전환의 새로운 방법이 생긴 만큼, 부족함 없는 지원과 최선의 전략으로 돌파할 수 있을지 기대가 모인다. 

김지혜 기자wisdom@busan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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