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렉스타·노스페이스·블랙야크·K2 등
지속가능한 친환경 패션 관심 ‘증대’
“미세 플라스틱 방출 우려는 있어”

최근 아웃도어 트렌드로 떠오른 것 중 하나가 나 홀로 산에 오르는 ‘혼산’이다. 코로나19로 더욱 각광받은 ‘혼산’ 트렌드는 타인과의 접촉은 최소화하면서 여가를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특히 젊은 세대에게 인기 아웃도어 활동으로 떠오르고 있다. 여기에 윤리적 소비와 함께 지속 가능한 패션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에 아웃도어 브랜드들이 폐플라스틱 재활용 섬유로 만든 ‘신상품’을 잇따라 출시하고 있다.

29일 아웃도어 업계에 따르면, 트렉스타·노스페이스·블랙야크 등 주요 아웃도어 브랜드가 올해 가을·겨울 (21 FW) 시즌에 폐플라스틱으로 만든 재활용 소재의 다운 자켓, 플리스 등 의류 제품을 연달아 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폐플라스틱을 활용한 리사이클링 폴리에스터 섬유(리사이클링 섬유)는 대부분 폐페트병을 사용한 ‘물리적 재활용’ 방식을 적용하고 있다. 버려진 페트병을 수거해 일정한 크기의 재생칩으로 파쇄한 뒤, 조각을 녹여 폴리에스테르 원사를 뽑아내는 것이다. 전체 리사이클 섬유의 99%가 이런 방식으로 만들어진다.

이 외에도 해양폐기물, 폴리에스터 폐직물과 같은 ‘소비 후(Post-consumer) 플라스틱’이나 직물 스크랩과 같은 ‘소비 전(Pre-consumer) 가공 잔류물’로도 리사이클 섬유를 만들고 있다. 이렇게 만들어진 원사는 직조 방식에 따라 다운, 플리스, 후드티, 맨투맨 등을 만드는데 사용된다.

리사이클링 섬유 생산량은 점차 증가하는 추세다. 한국화학섬유협회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2020년 폴리에스터 생산량은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전년 대비 1% 감소한 5710만t으로 확인됐다. 반면, 같은 기간 리사이클 폴리에스터 섬유의 생산량은 840만t으로 전년 대비 6.3% 증가했다. 전체 폴리에스터 섬유의 14.7%를 차지하는 규모다.

 

◇ 버려진 플라스틱으로 만든 옷, 윤리적 다운 충전재 더한 ‘착한 패딩’

트렉스타 ‘752 소프트 테일 자켓’ 모습. (트렉스타 제공)
트렉스타 ‘752 소프트 테일 자켓’ 모습. (트렉스타 제공)

부산에 본사를 둔 트렉스타는 친환경 컬렉션인 트렉스타 752 라인 21FW 여성제품으로  친환경 재생소재를 사용하여 아웃도어뿐만 아니라 실내에서도 입을 수 있는 자켓인 트렉스타 ‘752 소프트 테일’ 자켓을 출시했다. 가볍고 따뜻한 소재를 사용하여 언제 어디서든 따뜻하게 입을 수 있고 무게가 가벼워 이동 시 쉽게 수납이 가능한 고기능성 자켓이다. 또한 목 부분에 내장형 후드가 적용됐으며, 후드에는 사이즈를 조절할 수 있는 스트링이 있어 찬바람을 꼼꼼하게 차단해 준다. 전면에 적용된 큰 포켓은 수납이 용이하여 덮개가 있어 안전한 보관이 가능하다.

한편 트렉스타는 올 겨울 ‘Treksta 752’ 컬렉션 21FW 신제품을 선보이며 일상 생활은 물론 캠핑 등 아웃도어 활동에서 폭넓게 활용 가능한 겨울 코디 및 지속 가능한 패션을 선보이고 있다.

 

◇ 리사이클링 섬유 활용한 노스페이스

노스페이스 ‘에코 폴라 에어 다운 자켓(왼쪽)'과 ‘에코 폴라 에어 다운 보머’ 모습. (노스페이스 제공)
노스페이스 ‘에코 폴라 에어 다운 자켓(왼쪽)'과 ‘에코 폴라 에어 다운 보머’ 모습. (노스페이스 제공)

노스페이스는 이번 시즌 일부 겨울 의류 제품에 효성티엔씨의 리사이클링 섬유 ‘리젠서울’과 ‘리젠제주’를 적용했다. 리젠서울은 서울 금천, 영등포, 강남 등 서울 곳곳에서 버려진 페트병을 재활용해 만든 섬유다. 리젠제주는 제주도에서 수거한 페트병으로 만들어진다. 효성티엔씨의 리사이클링 섬유는 국내에서 버려진 폐플라스틱을 사용했다는 점이 특징이다.

노스페이스가 새롭게 출시한 ‘에코 폴라 에어 다운’ 제품의 겉감은 서울과 제주에서 수거한 페트병으로 만든 리사이클링 섬유 소재로 제작했다. ‘에코 폴라 에어 다운’ 제품군 중 ‘에코 폴라 에어 다운 보머’의 후드에는 리얼 퍼(Fur) 대신 에코 퍼를 사용했다. 여기에 윤리적 다운 인증(RDS)을 받은 구스 충전재를 더했다.

윤리적 다운 인증(RDS·responsible down standard)은 살아있는 동물의 깃털을 뽑지 않고 윤리적인 방법으로 털을 채취해 생산한 다운 제품에 발행되는 인증 마크다. 식용 오리와 거위 등의 털을 버리지 않고 세척, 분류, 가공 과정을 거쳐 충전재로 활용한다.

 

◇ 페트병으로 만든 리사이클링 섬유 사용한 블랙야크

블랙야크의 ‘시트 다운 플리스'를 착용한 모델 모습. (비와이엔블랙야크 제공)
블랙야크의 ‘시트 다운 플리스'를 착용한 모델 모습. (비와이엔블랙야크 제공)

 

블랙야크도 국내에서 버려진 페트병으로 만든 리사이클링 섬유를 사용한 ‘시트 다운 플리스’를 출시했다. 이 제품은 에코 플리스 소재와 RSD 다운 충전재를 사용했다.

블랙야크는 지난해부터 정부, 지자체, 관련 기업들과 협력해 국내에서 사용된 페트병의 자원 순환 시스템을 통한 친환경 제품 생산을 확대하고 있다. 첫 친환경 제품인 티셔츠를 비롯해 자켓, 패딩, 바지, 플리스 등 전 품종으로 확장했다.

 

◇ 세계자연기금과 협업한 에디션 선보이는 K2

K2 'WWF 비숑 블레어 재킷(왼쪽)'과 코오롱스포츠 '여성 경량 퀼팅 재킷'모습. (각각 K2, 코오롱FnC 제공)
K2 'WWF 비숑 블레어 재킷(왼쪽)'과 코오롱스포츠 '여성 경량 퀼팅 재킷'모습. (각각 K2, 코오롱FnC 제공)

K2는 WWF(세계자연기금)와 협업한 ‘WWF 에디션’을 출시했다. WWF 에디션 대표 제품인 ‘WWF 비숑 블레어 재킷’은 리사이클링 플리스 소재를 적용했다. K2의 ‘WWF 에디션’은 GRS(Global Recycled Standard) 인증을 받은 리사이클링 소재와 생분해 소재를 적용한 재킷, 베스트, 티셔츠 등 의류 22종과 모자, 넥게이터 등 용품 3종을 포함해 총 25종으로 구성했다.

GRS는 리사이클 섬유의 원료부터 중간 유통사, 봉제공장, 최종 완제품에 이르기까지 단계별로 환경, 사회, 화학적 기준을 준수해야 받을 수 있는 인증 마크다. 최소 20% 이상 재생 원료를 포함하고, 모든 공정과정에서 인증을 받으면 최종 의류 제품에 ‘GRS 인증 마크’가 붙는다.

 

◇ 리사이클 나일론 사용해 가벼운 재킷 선보이는 코오롱스포츠

코오롱스포츠는 자체 개발한 리사이클 나일론을 사용한 ‘여성 경량 퀼팅 재킷’을 선보였다. 제품의 겉감은 리사이클 나일론 소재, 충전재는 리사이클 폴리에스터 소재를 사용했다. 코오롱스포츠의 리사이클 나일론은 낚시 그물이나 카페트 등 생활 폐기물을 재활용해 만든 소재다. 또한 코오롱 스포츠는 모든 다운 제품에 RSD 다운 충전재를 적용했다.

 

의류 업계 관계자는 “아웃도어 제품은 자연에서 활동하는 일이 대부분이고, 자연이 훼손되면 존재 이유가 없어지는 것”이라며 “앞으로 의류업계는 매장에서 사용하는 옷걸이, 마네킹 등 부자재까지 친환경 소재로 확대해나갈 전망이다”라고 밝혔다.

다만 일각에서 리사이클링 섬유에서 미세플라스틱이 배출된다는 점에 대한 지적이 제기됐다. 미세플라스틱은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작은 입자의 플라스틱이다. 리사이클링 섬유도 결국 플라스틱으로 만든 합성 섬유이기 때문에 세탁 시 미세플라스틱이 방출돼 배수관을 타고 바다로 흘러간다. 해양 방출된 미세플라스틱은 해조류, 어류 등 해양생물에 쌓이고, 섭취를 통해 결국 사람의 체내에 쌓이는 악순환의 구조를 돌게 된다. 

전문가들도 재활용 섬유 자체에 대해서는 긍정인 평가를 내놨지만, 미세플라스틱 방출에 대해서는 관련 기술의 개발이 동반돼야 한다고 봤다. 자연순환연대 김태희 국장은 “투명페트병을 재활용해 만든 폴리에스테르 섬유는 그냥 버려지는 폐기물을 한 번 더 순환한다는 측면에서 바람직하다고 본다”면서도 “섬유 자체에서 미세플라스틱이 나오는 건 기술이 발전하는 수밖에 없다. 최대한 미세플라스틱이 나오지 않도록 섬유 개발에 노력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김윤지 기자 kimyunzee@busan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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