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LY ASIA 그 후, 창업생태계 이야기
성희엽 창업청설립추진단장 주재
지역 AC 시리즈벤처스 곽성욱 대표
크리스틴컴퍼니·타이로스코프 등
스타트업 입장서 본 지역 창업생태계
“부산시 22년 6340억 펀드 자랑 아냐”
“해양도시 등 허황 구호 말고 진실 봐야”
“지역 공공·中企·개인LP 등 전혀 없어”
“30~50억 규모 투자라도 지역 나서야”
“상장 단계 유망기업 수도권 갈수밖에”
“지역 주요산업에도 지역 서포트 없어”

지난 6일 부산 해운대구 센탑(CENTAP)에서 개최된 '창업에서 부울경의 미래를 찾다' 좌담회. 왼쪽부터 성희엽 창업청설립추진단장, 곽성욱 시리즈벤처스 대표, 박재민 타이로스코프 대표, 이민봉 크리스틴컴퍼니 대표. (부산연합기술지주 제공)
지난 6일 부산 해운대구 센탑(CENTAP)에서 개최된 '창업에서 부울경의 미래를 찾다' 좌담회. 왼쪽부터 성희엽 창업청설립추진단장, 곽성욱 시리즈벤처스 대표, 박재민 타이로스코프 대표, 이민봉 크리스틴컴퍼니 대표. (부산연합기술지주 제공)

부산의 창업생태계를 지역과 국가를 넘어 아시아로 확장시키기 위해 마련했던 ‘FLY ASIA 2022’가 지난달 첫 행사를 마무리한 가운데, 성과와 보완점을 이야기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지난 6일 오전 부산 해운대구 센탑 1층 카페에서 열린 좌담회는 성희엽 부산창업청설립추진단 단장(부산연합기술지주 대표이사)의 진행으로 △시리즈벤처스 곽성욱 대표 △타이로스코프 박재민 대표 △크리스틴컴퍼니 이민봉 대표가 참석해 행사 전반의 결산과 창업 생태계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시리즈벤처스는 부울경 지역 기반의 스타트업을 육성, 투자하는 액셀러레이터로 FLY ASIA 행사에서 G-벤스데이를 통해 글로벌 투자자들과 지역 스타트업을 연계하는 행사를 마련하는 등 프로그램을 함께 구성해왔고, 타이로스코프는 만성 갑상선 질환 모니터링 솔루션을 세계 처음 개발한 스타트업으로, FLY ASIA 어워즈 프로그램인 FLY 50 중 최종 피칭 무대에 올라 수상 성과까지 이뤄냈다. 

또한 크리스틴컴퍼니는 지역의 대표적 산업이지만 쇠락하고 있는 신발과 제조 공정을 최신 트렌드와 연결하는 플랫폼 역할을 맡아 성장 중인 스타트업으로, FLY ASIA 2022에서 쇼케이스를 통해 IR 피칭에 나선 바 있다. 

성희엽 단장은 올해 상반기인 3월에 ‘FLY’ 행사 브랜드를 처음으로 개최한 이후 지역 창업 생태계를 대대적으로 조명할 엑스포를 염두해두고 아시아까지 확장한 FLY ASIA를 기획했다. 이어 창업청 설립을 추진하기도 해 이번 행사는 각계 관심이 모인 가운데 개최됐다. 

청년유출, 일자리, 경제·산업침체, 성장정체 등 부산에 직면한 여러 가지 경제 과제를 스타트업 생태계의 혁신을 통해 돌파하고자 언급되기 시작한 ‘창업’ 주제는 이제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움직임으로, 부산에서 아시아를 아우르는 행사가 기획된 것은 그만큼 ‘붐업’ 역할이 필요했단 것으로 해석된다. 

이날 행사 결산을 말하기에 앞서 각 입장에서 본 부산의 창업생태계를 이야기했다.

좌담회가 진행 중인 모습. (부산연합기술지주 제공)
좌담회가 진행 중인 모습. (부산연합기술지주 제공)

성 단장은 “창업생태계 가장 힘든 것은, 초기 투자를 해줘야 한다”며 “이제 스타트업 생태계는 돈을 빌리기보단 투자를 받아 사업하는 게 일반적인데, 그러려면 투자 기반이 많아야 하지만, 수도권에 집중된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그렇다면 공공이 역할을 해야 하는데, 부산시가 작년 출자한 금액은 56억 정도에 불과하다”며 “이는 강원도나 광주보다 크게 적다”고 짚었다. 

성 단장에 따르면 서울시 출자금은 연간 1000억원에 다가서는 수준인데다, 민간에서도 펀드 결성이 활발하고, 개인 LP(Limited Partner·유한책임투자자)의 적극적인 활동으로 민간이 주도하는 투자자금이 다양하게 구성돼있다. 그러나 부산은 민간도 소수지만, 공공의 역할 또한 적극성을 띠지 않는다는 것이다. 

성 단장은 “부산시 펀드 출자도 적고, 개인은 거의 없다시피 하다는 게 문제”라며 “수도권은 중견기업이 사내벤처로 출발하는 경우가 있는데 부산은 중견기업도 움직임이 없어 새로운 창업가를 지원하는 전체적 기반이 없는 도시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참석한 타이로스코프 박재민 대표는 울산에서 사업하면서 지역의 특별한 지원보다는 유니스트(UNIST·울산과학기술원)의 지원이 주요했다. 

박 대표는 “유니스트에서 사업을 시작했는데, 자체적으로 서울쪽 VC와 연계돼 원하면 미팅할 수 있는 연결고리가 마련돼 있다”면서 “학교의 교류로 네트워크를 활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중기부 관계자가 울산에 창업생태계 꾸려나갈 전략을 물으면 많이들 ‘해외진출’을 꼽는다고 하더라”면서 “대학 네트워크를 활용해 글로벌 진출 체계를 잡을 수 있었다는 게 좋고, 5년이 지나더라도 바뀌거나 하지 않는 게 장점”이라고 덧붙였다. 

또 “울산에 있으면서 좋은 것은 연구개발특구 지정돼 그 안에서 받을 수 있는 혜택이 있다”며 “디지털 헬스 분야 과제도 많아 수주하는 데 도움 됐지만, 유니스트에서 이러한 모든 지원이 있어서 좋았던 것이지, 없었다면 초기 회사를 설립하는 단계부터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타이로스코프는 만성 갑상선 질환자에 대한 모니터링 솔루션으로 디지털 헬스 분야 혁신을 제시하며 미국과 독일 시장을 타겟으로 하고 있다. 현지에서 임상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많은 자금이 필요하지만, 이 회사에 대한 투자는 대부분 지역 외에서 이뤄졌다. 

타이로스코프 박재민 대표가 FLY ASIA에서 펼쳐진 FLY 50 본선 무대에 올라 발표하는 모습. 김지혜 기자
타이로스코프 박재민 대표가 FLY ASIA에서 펼쳐진 FLY 50 본선 무대에 올라 발표하는 모습. 김지혜 기자

그러나 크리스틴컴퍼니는 지역과 접점이 있어 투자가 성사된 사례다. 

이민봉 대표는 “저도 시드투자 받을 때 힘들었던 기억이 있는데, 신발을 어떻게 디지털 전환할 것인지 물으면서 부정적인 입장이 이어졌다”며 “부산은 지역 성장에 신발이 포함돼 있어 당시 신발산업에 대한 이해도가 있었던 시리즈벤처스로부터 투자 결정해줬고, 마침 네이버에서도 자체적으로 신발 산업 트렌드를 읽고 투자를 결정했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제조단 혁신을 이루는 곳은 저희밖에 없었던 점에서 네이버 투자유치가 가능했다”며 “브랜드나 판매하는 곳은 많지만 생산기지를 우리나라로 장악하겠단 목표에서 저희와 니즈가 맞았다”고 덧붙였다. 

패션의 경우 새로운 브랜드에 대한 관심도가 높다. 특히 부산이 패션과 연관되어 화제가 되고 있지만, 정작 부산에서는 크게 관심을 갖지 않는 상황이다.

이 대표는 “초반 수도권에서 정말 많은 AC·VC를 만났는데, 시드투자를 받은 이후 프리A 단계 후속 투자는 빨리 이뤄졌던 것 같다”며 “수도권 VC들은 ‘신발이 지역산업 아니냐, 지역에서 어느 정도 지원이 있으면 우리쪽에서도 명분에 따라 투자하기 좋다’고 말할 정도로 지역의 서포트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크리스틴컴퍼니 이민봉 대표가 FLY ASIA 2022 속 프로그램인 스타트업 쇼케이스에 참가, 발표하는 모습. 김윤지 기자
크리스틴컴퍼니 이민봉 대표가 FLY ASIA 2022 속 프로그램인 스타트업 쇼케이스에 참가, 발표하는 모습. 김윤지 기자
크리스틴컴퍼니 이민봉 대표. 김윤지 기자
크리스틴컴퍼니 이민봉 대표. 김윤지 기자

이에 성희엽 단장은 “부산에 신발 관련 기관이 많은데 맞는 말씀”이라며 “저도 부산에 있으면서 느끼는 게, 후속투자 받을 수 있는 생태계가 없다는 게 문제 같다. 초기 10억까지는 기관이 모여 투자할 수 있어도 30~50억 정도 규모는 지역 안에서 해결해야 하는 게 아니겠나”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런 문제를 해결할 기관도, 공공도, 민간도 안되고 개인도 없고 중견기업도 없는 현실에 상장 단계이거나 상장 이후에는 수도권으로 갈 생각을 하게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성 단장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창업청을 추진해 내부 VC를 통해 규모 있는 투자를 진행할 생각이지만, 현재 창업청은 설립 진행 속도가 더딘 상황이다. 성 단장은 이런 시나리오 속에 AUM 2000억(총관리자산) 이상 맞출 계획을 밝혔다. 

그는 “일단 지역에서 EXIT(투자회수)을 성공하고 나면 VC로 발전할 수도 있고, 창업생태계가 이런식으로 민간 내부에서 완결성을 갖도록 해야하는데, 부산은 묘목 단계에서부터 외부에 의해 생존한다”며 “시와 시의회, 언론 모두 이런 상황을 모르는 것 같고, 행사나 발표자료를 보면 대개 불편한 진실을 숨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부산시는 2022년 6월 기준 6340억 펀드 조성 성과를 내세우고 있지만, 이것은 2000년부터 22년간 누적된 성과로, 그마저 지역에 투자하는 비율은 20%에 불과한 실정이다. 그것을 연간 평균으로 나누면 약 57억여원 정도가 투입된 것이며, 출자금만 계산하면 턱없이 적어진다. 

성 단장은 “조금 불편하더라도 진실을 이야기하고 정책을 빠르게 바꾸고 반영해야 한다”며 “우수한 스타트업은 계속 떠나고, 70년대 초반부터 쇠락한 부산경제는 떠나는 기업을 현재에도 바라보고만 있다”고 말했다. 

부울경 지역 기반 투자를 주도하는 대표적 AC인 시리즈벤처스 곽성욱 대표 역시 지역 투자 생태계가 열악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는 “출자 규모도 다르고, 민간 자금은 수도권과 비교 불가능한 정도”라며 “그럼에도 자금이 아예 없지는 않다. 지역뉴딜 니즈에 따라 BNK벤처투자 등 펀드를 만들고, 지역 소재한 스타트업에 부족한 재원이나마 10~30억 규모의 투자 여건은 있다”고 전했다. 

이어 “그러나 투자여건은 전보다 나아진 수준이지, 수도권에 비교하면 여전히 어려운 상태”라며 “모태펀드 운영하는 투자사 입장에서 보면 앞으로 재원이 줄어들게 되는데 그나마 지역균형발전 목적의 자금까지 줄어들진 않을 것이어서 모태펀드를 기대하는 투자사들이 지역으로 진출하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정부의 모태 자금이 적어져도 지역 투자는 아직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로, 전체 창업자금보다는 지역 창업에 관심이 모이게 된다는 것이다. 다만 이런 상황에서도 지자체에서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여야 빠른 시간에 투자사들을 지역에 유치할 수 있다. 

성희엽 단장. 
성희엽 단장. 

곽 대표는 “저희 메인 LP는 지자체에서 구성되어 있는 상황에서 내년 신규 펀드를 어떻게 개척할지 생각하게 된다”며 “민간에서 답을 찾는 수밖에 없는데, 수도권 중견기업과 부울경 지역의 차이는 명확하다”고 말했다. 

이어 “부울경 지역 중견기업은 소부장 분야 자금을 쌓아올린 경우로, 노출이 적다”며 “민간 출자 안한다고 이들을 비판하는 것은 답이 된다고 생각하지 않아서 오픈이노베이션 프로그램을 통해 신사업 개발 니즈에 맞춰 스타트업 매칭을 함께해 지역 생태계 상황에 맞춰 움직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성희엽 단장은 “부산은 해양도시, 관광도시 등 내세우지만 그 산업이 주력이 되어 다른 산업을 이끌어갈 정도 가치가 있거나 파급력이 커야한다”며 “허황된 구호에 많이 빠져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진짜 행양을 전략적으로 키우려면 접근을 달리 해야한다”며 “미래산업의 새로운 분야가 되고 가치가 있다는 것을 세부적으로 파악해야 하는데, 단순히 바다가 있어 해양을 이야기해선 안된다”고 지적했다. 

박재민 대표는 “처음 창업을 해양으로 생각했는데, 좀더 배가 항만에 빨리 들어올 수 있는 기술 이었다”며 “부산은 물동량이 세계적인 수준이지만 배가 들어오면 줄로 당겨 묶는 일을 하는데, 이 인력이 모두 나이드신 분을이어서 인재를 양성하는 게 필요하단 생각 들었다”고 했다. 

그는 “울산은 큰 한계가 ‘사람’”이라며 “같은 공고에도 서울은 10배 이상 지원하지만, 새로운 사업이라 하면 울산은 더 뽑기 어렵다”고 실정을 말했다. 

산업 각 분야 혁신의 시간이 눈 앞에 다가와 재촉하지만, 부산을 비롯한 지역에서는 전방위에서 속도를 따라갈 준비가 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결국 창업이라는 하나의 키워드 속에서 지자체와 기관, 민간과 대학까지도 역할을 해야 한다. 

곽성욱 대표는 “저 같은 경우는 지역 대학교에 강의를 가곤 하는데, 지역에서 패배의식이 좀 있다”며 “어떤 교수는 입학식에서부터 ‘공무원 준비를 하라’는 요구를 한다는데, 이런 패배의식은 스타트업이 잘되어 사례 하나만 보여준다면 점차 자신감을 갖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성 단장은 “340만 도시 정도면 세계에서 큰 도시 수준인데, 대학도 23개가 있고, 잠재력이 있는 도시”라면서 “수도권과 비교하다보니 패배의식이 생기는 것 같다. 최첨단 과학기술이 있어야 성공하는게 아니듯 창업이라는 분야가 지역 상황에 맞게 세계적인 기업을 만들 수 있고, 이것을 성공한다면 마중물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좌담회는 지난달 개최한 FLY ASIA 2022에 대한 이야기로 이어졌다. 

성 단장은 “타이로스코프가 부울경 지역에서 유일하게 FLY 50에 들어 본선 무대까지 올랐다”며 “저희는 심사과정 전혀 관여하지 못하지만, 내심 지역기업이 좋은 성과 냈으면 했는데 수상까지 해서 좋다”고 말했다. 

박재민 타이로스코프 대표는 “FLY ASIA 통해서 아시아 시장을 새롭게 본 것 같다”며 “발표 무대 이후 태국의 큰 회사에서 연락이 왔는데 소유한 이동통신사가 플랫폼 출시하는 과정에서 저희 솔루션을 탑재하고 싶다는 이야기였다 저희가 미국과 독일을 타겟으로 하고 있는데, 허가 이후에 매출이 나는 구조다 보니 한국의 허가만으로 진출 가능한 아시아 시장도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저희는 제약사와 논의를 많이 하고 있는데, 우리 솔루션과 약품판매를 함께 영업하는 것에 관심을 보여 협업이 진행되고 있다”며 “인도같은 경우는 인터넷 보급을 모바일로 활용하게된 경우라서 디지털 헬스 수요가 많을 수 있단 것을 FLY 행사에서 실감했다”고 덧붙엿다. 

FLY ASIA에서 함께 진행한 어워즈를 통해 발굴된 6개 스타트업이 FLY ASIA 2022 마지막날인 지난달 24일 최종 피칭무대에서 우수한 점수를 받아 수상자로 선정됐다. 박재민(오른쪽 두번째) 타이로스코프 대표는 우수상을 수상했다. 김지혜 기자
FLY ASIA에서 함께 진행한 어워즈를 통해 발굴된 6개 스타트업이 FLY ASIA 2022 마지막날인 지난달 24일 최종 피칭무대에서 우수한 점수를 받아 수상자로 선정됐다. 박재민(오른쪽 두번째) 타이로스코프 대표는 우수상을 수상했다. 김지혜 기자

곽성욱 대표는 “같은 생태계안에 있어도 투자사끼리 잘 모르는데, 행사를 통해 투자사와 만나고 판로개척하는 분야에도 성과가 있는 것 같다”며 “공식 초청된 국가가 아닌 자발적으로 행사를 찾은 몽골의 투자자를 우연히 만나게 됐는데,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에 관심을 갖고 있어 인상깊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년에는 더 다양한 국가가 참여하면 풍성한 행사가 될 것”이라며 “맨파워를 키워야하는 입장에서 FLY ASIA 안에서 억지로라도 네트워킹을 하고, 직접적으로 알게 된 팀들이 많아져 비즈니스 논의가 많이 일어나 좋았다”고 덧붙였다.

다만 올해의 FLY ASIA는 처음 기획되면서 여러 가지 우려의 시선도 있었다. 창업청 설립이 가시화되면서 지역 내에 창업 관련 기관의 협력과, FLY ASIA가 유명무실한 행사가 될 것으로 우려하는 시선도 존재했다. 

창업청과 관련해 원활한 협력은 여전히 평행선을 달리는 것처럼 보인다. 부산창조경제혁신센터의 ‘바운스(BOUNCE)’가 FLY ASIA에 조화롭게 녹아는 것이 아닌, 독립적으로 행사가 진행되면서 경쟁하는 분위기도 엿보였기 때문이다. 

FLY ASIA 2022는 국제적인 행사로, 다양한 콘텐츠를 구성했지만, 화제성 측면에서는 미흡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행사 기간 벡스코 제2전시장에 걸린 현수막이 국제행사의 규모에 비해 작게 느껴진다. 김지혜 기자
FLY ASIA 2022는 국제적인 행사로, 다양한 콘텐츠를 구성했지만, 화제성 측면에서는 미흡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행사 기간 벡스코 제2전시장에 걸린 현수막이 국제행사의 규모에 비해 작게 느껴진다. 김지혜 기자

그러나 FLY ASIA 행사는 그동안 조명되지 못했던 투자자들의 시각을 대거 다뤄내면서 창업생태계를 ‘붐업’해야 하는 이유를 직관적으로 보여줬다. 행사의 미흡한 점은 있었지만, 행사의 주요 콘텐츠는 창업엑스포의 명칭에 걸맞게 꼭 필요한 것들로 채워졌단 평가다. 

성 단장은 “9개 도시가 이번 행사에 참석했는데, 원래는 지역 시장을 초청해 라운드테이블에서 정책적인 이야기와 공동선언을 해보고 싶었다”면서 “촉박한 상황에서 불발된 것이 많다”고 말했다. 

성 단장에 따르면 FLY ASIA 2022의 예산이 확정된 것은 행사를 약 두 달 앞둔 9월 5일로, 행사를 총괄할 PCO업체는 10월 12일에 계약을 끝냈다. 대관 또한 행사의 포화로 인해 비어있던 벡스코 제2전시장 2개홀을 먼저 계약하고, 1개홀을 더 늘리는 수준에서 맞춰야만 했던 것. 

성 단장은 “내년에는 부산국제영화제 기간인 10월 11~13일로 정해두고 올해처럼 촉박하지 않게 준비할 계획”이라며 “미국 텍사스 오스틴의 사우스 바이 사우스웨스트(SXSW)를 생각해 다양한 분야의 비즈니스를 묶어 축제처럼 꾸리고 싶다”고 바람을 담아냈다. 

이민봉 대표는 “수도권의 대형 VC들이 많이 왔는데 행사가 너무 빨리 끝난 게 단점”이라며 “투자자들이 대표와 만날 시간이 정해지지 않아서 미팅이 성사되지 않았는데, 시간을 아예 만들어주면 비즈니스 미팅 하기에 충분할 것 같다”고 말했다. 

박재민 대표는 “제가 슬러시에도 참가했는데, 슬러시 100에 들면 영상을 게시해 투자자들이 먼저 영상을 확인하고 따로 연락이 온다”면서 “FLY는 이 자리에서 모든게 정해지지만, 사전에 정보를 갖고 만나는 것인데, 시간이 좀 더 있었으면 더 많은 일이 일어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고 전했다. 

FLY ASIA 행사는 이처럼 다소 촉박한 시간 탓에 그동안 벡스코에서 열리는 대규모 국제행사가 갖춘 분위기에는 미치지 못해 행사 콘텐츠의 좋은 부분이 다소 희석됐다. 투자자들의 관점이 더 많이 담기긴 했지만, 스타트업의 참여도는 아쉬움으로 남는다. 

특히 투자자 쇼케이스의 경우 스타트업에 투자할 투자자들이 출자금을 모집하는 쇼케이스 무대에 서서 IR발표를 하는 경우는 획기적인 아이디어다. 

벡스코 제2전시장 내 걸린 FLY ASIA 행사 현수막. 김지혜 기자
벡스코 제2전시장 내 걸린 FLY ASIA 행사 현수막. 김지혜 기자

이 대표는 “저는 아는 분이 있어 붙잡고 이야기할 수 있는데, 단순한 관심에 찾으시는 스타트업 대표님들은 아무것도 모르고 계실테니 강제적 네트워크가 중요할 것 같다”고 평했다. 

성 단장은 “내년에는 스타트업이 많이 올 수 있는 행사로 꾸릴 예정”이라며 “여태껏 없던 투자자 쇼케이스 같은 경우, 스타트업이 투자사 IR을 보는 특별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그는 바운스와 섞이지 못했던 부분에 대해서는 “결국은 분리하는 게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초기단계 기업에게 바운스가 의미가 있고, 관광벤처 분야도 상당히 좋은 프로그램이었다”고 평했다. 

글로벌의 동향을 알려주는 AC와 VC, 투자사들의 주목적 투자와 성향, 대기업과 중견기업의 오픈이노베이션 움직임, 부산지역의 경제를 이끄는 리더스 CEO 포럼 등의 다채로운 행사가 기획됐지만, 화제성과 참여도에 대한 과제를 안은 FLY ASIA는 내년을 더 기대하게 한다. 

성희엽 단장은 “내년은 아시아 시장을 크게 조명해 행사를 만들면 좋겠다. 수도권에 기대지 않고 아시아 쪽만 확실하게 자리를 잡아도 유럽과 미국에서 관심을 가질 것”이라며 “여러 분야를 묶어 부산국제영화제만큼 관심 받는 축제로 만들어갔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한편 FLY ASIA 사무국에 따르면 지난달 22~24일 개최된 FLY ASIA 2022는 국내외 스타트업 관계자 1018명, 투자자 440명, 참관객 1만1933명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총 참가국은 43개국으로, 아시아에서 절반 이상인 24개국 차지했고, 유럽이 4개국, 아프리카가 9개국, 아메리카 5개국이 부산을 찾았다. 

이 행사를 통해 밋업은 624건 이뤄졌으며, 169개사가 IR 피칭을 통해 사업을 알렸고, 151개사가 전시됐다. 또한 12개사가 69억원의 투자를 유치했고, 78개사는 396억5000만원의 투자 검토가 있었다.  

김지혜 기자 wisdom@busaneconomy.com

저작권자 © NBN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