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글로벌 유니콘 등 기업·대학 양성해내
영토·인구 모두 한국보다 적고 전쟁 등 여건 열악
이스라엘 도전정신이 창업가·R&D 인력 등 ‘주목’
요즈마 펀드 등 민간 투자 유도해 시장 성장 견인
“부산, 자율성·수용력 높이는 등 창업 문화 개선
민간투자 마중물 역할하고 초기 기술투자 전략”

창업생태계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업계의 의지와 전폭적인 지원은 물론, 적절한 타이밍에 역량을 결집시킬 수 있어야 한다. 온전히 준비된 상황이라면 기회가 왔을 때 놓치지 않고 본궤도에 무사히 안착할 수 있는 것이다. 

부산의 창업생태계는 사회 분위기에 따라, 인식에 따라 기조가 흔들리기 때문에 적절한 타이밍을 만날 기회도 흔하지 않고, 만나더라도 기회를 놓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에 부산에서 창업청 설립을 추진하면서 역량을 모으고, 튼튼한 성장을 도모하기 위해 업계를 모으고 교류하는 것에 중점을 둬 첫 단추를 다시 꿰고 있다. 

부산창업청설립추진단(창업청추진단)은 지난 3일 별도의 정책 포럼을 주기적으로 개최할 것을 염두하고, 첫회 부산스타트업정책포럼을 개최했다. 

이날 포럼은 △부산연합기술지주 성희엽 대표 인사말 △부산산업과학혁신원 이승현 선임연구원 발제 △부산연합기술지주 최수호 실장 발제 △부산도시공사 김태현 감사 발제 등 순서로 기획됐으며, 가벼운 점심을 나눈 뒤 앞으로의 포럼 결성 및 활동 계획을 논의하는 자리까지 이어졌다. 

창업청추진단이 첫 포럼에서 조명한 곳은 이스라엘이다. 

부산산업과학혁신원 소속 이승현 선임연구원은 이날 발제를 창업국가 이스라엘의 성공요인을 조명해보는 시간으로 마련했다. 

지난 3일 개최된 제1회 부산스타트업정책포럼에서 이승현 부산산업과학혁신원 선임연구원이 발표하고 있다. 김지혜 기자
지난 3일 개최된 제1회 부산스타트업정책포럼에서 이승현 부산산업과학혁신원 선임연구원이 발표하고 있다. 김지혜 기자

이 선임 발표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국가 창업생태계 경쟁력과 나스닥 상장기업 수로 보면 글로벌 3위에 랭크된다. 또한 유니콘 기업 수는 7위에 자리하고 있다. 

특히 이스라엘은 면적이 전라도보다 조금 넓은 2만2145㎢ 정도에, 인구는 936만명 정도로 대한민국보다 좁은 영토, 적은 인구를 갖추고 있지만 주변국으로부터 고립되고 징병제라는 점에서 닮은점도 있다. 

그럼에도 1인당 GDP는 대학민국이 3만3591달러인 반면, 이스라엘은 5만5358달러에 달한다. 

이 선임은 이스라엘이 글로벌 시장에서 떠오른 기업과 대학, 국가의 정책과 민간참여 투자 등의 요건이 창업생태계를 단단하게 구성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하며 그 이면에는 ‘후츠파(Chutzpah)’ 문화가 있었다는 점을 설명했다. 

히브리어로 ‘무례’, ‘뻔뻔함’ 등을 뜻하는 단어로, 창업계 의미에서는 ‘용기’와 ‘도전’, ‘배포’ 등으로 해석된 것인데, 풀리지 않는 문제에 질문하고 싸워서 답을 받아내는 방식을 이어왔다는 내용이다. 

여전히 전쟁이 일어나는 국가인 이스라엘이 대한민국의 약 5분의 1정도의 인구 규모에 불과한데도 창업 허브이자 투자할 가치가 있는 국가로 떠오르게 된 계기는 이러한 문화의 차이라고 이 선임은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후츠파’를 독선적, 건방짐, 반항적 등으로 보일 수 있는 문화지만 스타트업 생태계에서부터 수용력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말하며, 이러한 문화를 당장 바꿀 수 없지만 창업에 유리한 마인드셋을 가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이스라엘은 당장 전쟁이 일어나는 국가라서 하급의 병사라도 권한과 책임이 부여되는데, 이러한 사례는 권한과 책임이 따르면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단 뜻으로, 대한민국이 지역 단위로 권력을 이양하고 자율성을 강화해 지역 중심의 창업생태계를 조성한다면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다고 예상했다. 

이어 이스라엘이 고립된 위기를 하이테크 산업을 발전시키는 기회로 삼았듯이 부산과 경남, 울산의 창업생태계를 성장시키기 위해서는 강점과 기회요인을 살펴 전략적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스라엘의 문화와 창업생태계의 성장을 조명한 발표에 이어 부산연합기술지주 최수호 전략투자실장은 ‘펀드’에 주목했다. 

지난 3일 개최된 제1회 부산스타트업정책포럼에서 최수호 부산연합기술지주 전략투자실장이 발표하고 있다. 김지혜 기자
지난 3일 개최된 제1회 부산스타트업정책포럼에서 최수호 부산연합기술지주 전략투자실장이 발표하고 있다. 김지혜 기자

최 실장은 이스라엘의 다양한 펀드 중 ‘요즈마’에 대한 설명을 중점적으로 했다. 발표에 따르면 대한민국의 모태펀드가 모델로 삼은 요즈마 펀드의 경우 민간에 인센티브를 많이 부여해 민간참여가 활발하게 이뤄지는 점이 특징이다. 

이를 통해 글로벌 투자사들이 이스라엘에 진입하는 계기가 되고, 이들은 이스라엘 내 시장이 가진 메디컬, IT 등 기술에 투자하면서 시장 강점을 확인하고, 정체성을 확립하게 된 것이다.

또 요즈마는 창업초기단계에 100% 투자해 가장 위험구간에 있는 창업기업을 핵심으로 두고 있는데, 공공투자의 주목적인 ‘마중물’ 역할을 통해 민간의 참여를 이끌어내는 계획을 잘 수행했다는 것이다.

최 실장은 요즈마의 경우 민간이 투자할 때 정부가 매칭투자하는 반면 대한민국 모태펀드 경우 정부가 펀드를 조성하면 민간이 참여하는 구조가 여전히 굳어져 있다.

특히 요즈마는 창업투자 위험구간인 초기를 핵심으로 두고 있다. 이에 최 실장은 투자 전략에 대해 초기 투자를 통해 성장 체계를 강화하고 생태계의 자연 성장을 유도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현재 스타트업이 질적으로 향상되면서 투자 매력도가 높은 후속 투자 단계에서는 투자가 집중되는 현상이 발생하기 때문에 공공펀드는 더 많은 창업가를 양성하는 방향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잠재력’을 강조해야 하는 부산의 특성상 초기기업을 탄탄하게 다져놓으면 이후는 민간 투자자들에 의해 발굴되고 성장할 수 있다는 뜻으로, 초기 투자 중에서도 기술분야 투자를 강화할 것을 제안했다. 

최 실장은 “국가의 장기적 발전을 위한 기술적 노하우 축적은 중요한 이슈”라며 “실질적 산학연 강화, 시장의 니즈에 맞는 기술개발이라는 측면에서 대학 활용 가능성도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그는 “이스라엘의 다양한 유니콘 기업은 테크기업이 많다”면서 “국내에서 자금투자를 통해 기업가치를 높이기보단 건전한 생태계를 마련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최 실장은 대학의 활용 가능성에 기반해 이공계기반 투자 심사역을 육성해 내실 있는 투자 또한 필요할 것으로 내다봤다. 

김지혜 기자wisdom@busan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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