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레즈 에즈클 이아름 대표·최재혁 디자이너 인터뷰
부부가 멕시코서 7년간 생활한 기반 활용해 창업
지속가능성·친환경 중시… 선인장·사과껍질 등 소재 사용
“여성 핸드백 넘어 남성 제품 및 의류까지 기획해 나갈 것”
“모든 패션이 서울로 가야만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클레즈 에즈클 이아름(왼쪽) 대표와 최재혁 디자이너가 10월 27일 부산진구 e커머스비즈센터에서 선인장 가죽을 활용한 핸드백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김윤지 기자
클레즈 에즈클 이아름(왼쪽) 대표와 최재혁 디자이너가 10월 27일 부산진구 e커머스비즈센터에서 선인장 가죽을 활용한 핸드백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김윤지 기자

“모피 디자이너와 합성피혁 MD(Merchandiser·상품 기획자)가 기획한 지속 가능하고 환경 친화적인 패션브랜드가 ‘클레즈 에즈클’이다. 친환경적 비건 레더(가죽)와 재활용 소재를 활용해 패션 잡화 제품을 만들고 있다. 현재는 초기 기획 제품인 선인장 가죽을 활용한 가방을 등의 제품을 생산하고 있는 브랜드다.”

부산 부산진구에 위치한 e커머스비즈센터에 입주한 기업인 클레즈 에즈클의 이아름(35) 대표와 최재혁(40) 디자이너는 지난 10월 27일 자신의 브랜드를 이같이 설명했다.

클레즈 에즈클(CLEZ EZCL)은 올해 1월 창업한 초기 스타트업이다. 친환경 트렌드에 맞게 선인장 가죽이라는 재료를 사용해 제품을 만들고 있다. 특히 현재 3가지 모델의 여성 핸드백을 생산하고 있다. 부산경제진흥원이 지원하는 각종 e커머스 관련 사업들도 수행하고 있으며, 크라우드 펀딩 등도 진행해 소비자들의 좋은 반응을 얻기도 했다. 이러한 호응에 힘입어 회사는 지갑과 클러치 등의 소품도 곧 출시할 예정이다.

이 대표는 “선인장 가죽은 일반 합성 피혁에 사용되는 플라스틱 원료가 아닌 선인장 잎을 분쇄하고 건조한 원료를 사용해 생산되기 때문에 동물 보호와 생산과정에서 발생하는 오염을 억제할 수 있는 소재다”며 “50%가 생분해가 가능하기 때문에 일반 합성 피역에 비해 환경친화적이며, 10년 정도 지속되는 강한 내구성을 가진 소재다”라고 말했다.

이 대표와 최 디자이너는 부부사이다. 둘 다 부산 출신으로 대학에서 선후배 관계로 첫 인연을 맺었다. 결혼 후 2014년부터 멕시코서 일을 하고 살면서 2019년 ‘선인장 소재’를 알게 되었고 2020년 이 소재를 국내에 유통하겠다고 마음먹었다. 이후 이들은 딸의 멕시코 이름인 ‘클레즈’를 회사명으로 정하고 본격적으로 창업을 진행했다.

부부는 분업체계를 유지해 친환경 제품 기획 및 생산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이 대표는 대학시절 언어를 전공해 마케팅과 상품기획을 담당하고 있으며, 최 디자이너는 디자인을 전공한뒤 6년 정도 모피 디자인을 했던 경력을 살려 디자인과 생산관리를 맡고 있다.

최 디자이너는 “모피 디자인을 하면서 중국이나 몽골 등에 천연피 수급을 위해 많이 방문했다. 현장에 방문해서 동물들의 사육 환경과 가죽 생산 과정을 둘러보다보니 동물들의 가죽을 벗기는 장면을 본 적이 있는데, 이걸 직접 보니 동물 보호에 대한 생각이 더욱 절실해졌다”며 “이로 인해 선인장 가죽과 같은 소재에 더 관심을 갖게 되는 계기였다”고 말했다.

이 대표도 “처음 그래서 시작할 때 동믈 보호에 대한 생각을 많이 했다. 멕시코에 살면서 일회용품을 많이 사용했었는데, 이후 한국에 들어왔을 때 분위기가 바뀌어 있더라. 친환경이 화두가 됐던 것이다. 그래서 친환경적으로 소재를 찾게 되었고 리사이클이 가능한 소재를 중심으로 창업을 하게 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클레즈 에즈클의 가장 큰 특징은 ‘부산 지역’ 생산 업체만의 도움을 받아 제품을 생산한다는 것이다. 비용이나 기술력 측면에서 봤을 때 다른 지역의 생산 업체를 선택할 수도 있지만 부부는 ‘부산’이라는 뿌리를 기억했다.

최 디자이너는 “서울이나 경기권에 굉장히 많은 가방 공장이 있다. 공장을 믿고 생산을 진행하려면 피드백이 빠르게 일어나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근거리에 있으면 대화하기도 쉽고 피드백을 주고 받기 쉬워지니 100% 원하는 디자인이 나오려면 비용이 더 들더라도 부산에 있는 생산 공장과 협업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부산 지역 생산 업체들이 다소 생소한 소재라 모든 과정이 평온하기만 한 것은 아니지만 이렇게 부산의 가방 공장들도 다양한 소재를 다루고 경험이 생기면 혹시 부산의 다른 업체들이 친환경 가방을 만들고 싶을 때 부산 지역 공장을 이용할 수 있게 된다”며 “모든 패션이 서울로 가야지만 원활히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며 부산 지역 기반 생산을 고집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최 디자이너는 “부산 지역에서 온전히 생산을 진행함으로 점진적으로는 부산 지역 제조업에도 기여하고 싶다”며 “앞으로는 더 나아가 100% 지속 가능한 제품을 만드는 것이 목표인데, 내피, 접착제, 부자재 역시 재활용 소재나 식물성 소재와 같은 환경 친화적인 원료를 사용할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가겠다”고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클레즈 에즈클이 선인장 가죽을 활용해 생산하고 있는 가방과 지갑. 김윤지 기자
클레즈 에즈클이 선인장 가죽을 활용해 생산하고 있는 가방과 지갑. 김윤지 기자

이 대표는 패션을 다양한 분야가 혼합된 ‘게임’으로 정의했다. 그는 “패션 디자인은 상업적인 요소에 사회적 가치와 제품의 수준과 아름다움, 스타일링과 마케팅이 혼합된 게임 같다. 디자인을 넘어 마케팅, 생산, 판매까지 모두 담당해야 하는 것이 벅차기도 하지만 점진적으로 발전해 갈 것”이라 말했다.

현재는 선인장 가죽을 중심으로 한 제품을 생산하고 있지만, 부부는 와인 생산후 남은 찌꺼기로 만든 가죽, 한지로 만든 가죽, 파인애플 가죽, 사과 가죽 등 ‘생소한’ 소재지만 친환경 소재를 활용해 제품을 기획하는 단계에 있기도 하다.

지속 가능한 친환경 소재라는 정체성을 살려 부산 지역에서 여성 핸드백을 넘어 여러 지속 가능한 소재를 활용해 남성 제품, 악세사리, 의류 제품 등을 생산하는 브랜드로 성장하고자 하는 목표를 가진 클레즈 에즈클의 다음 행보에 관심이 모이는 이유다.

 

김윤지 기자 kimyunzee@busan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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