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봉 크리스틴컴퍼니 대표 인터뷰
B2B ‘신플’ 플랫폼… AI 접목해 신발 트렌드 분석 후 디자인 추천
“에이전시 몰라도, 세분화된 신발 공정별 제작 공장 연결 가능”
플랫폼 활용해 트렌드 분석 후 제품 양산까지 ‘평균 2개월’ 소요
B2C ‘크리스틴‘ 신발 브랜드… 부가가치 높은 프리미엄 신발 브랜드
다양한 정부지원사업 선정을 기반으로 지속적인 신발 관련 R&D 진행 중

이민봉 크리스틴컴퍼니 대표가 9월 14일 피앤유에이벡에서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김윤지 기자
이민봉 크리스틴컴퍼니 대표가 9월 14일 피앤유에이벡에서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김윤지 기자

1980년대 우리나라는 신발 산업의 ‘부흥기’를 맞고 있었다. 대한민국 수출의 한 축을 ‘신발’이 담당했으며, 신발 제작 솜씨가 야무진 ‘한국’은 과장을 보태 한 집 건너 한 집이 신발 제조업에 종사하던 시절이 있었다.

이 호황기를 거치며, 신발 산업의 공정이 아주 세분화됐다. 신발 끈 제조 기업, 신발 가죽 생산 기업, 신발 인솔 부착 기업 등 자세히 보면 100가지의 각 공정을 담당하는 기업들이 모두 각각 존재하게 된 것이다.

이후 90년대를 맞이하며 한국의 인건비가 높아지면서, 신발 제조 공장이 ‘동남아시아’와 ‘중국’ 등지로 이전을 했을 때도 이렇게 세분화된 신발 산업의 공정은 하나로 뭉뚱그려지지 않았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몰려드는 수출 물량을 감당하기 위해 생겨난 신발 산업의 공정별 세분화 현상은 아이러니하게도 현재 다수의 청년 신발 브랜드 디자이너들이 1인 창업 후, 신발업계에 뛰어드는 장벽을 높이고 있는 점이다.

이에 이러한 산업의 ‘어려움’을 해결하고자 부산의 한 신발 기업이 AI 등의 테크 기술을 접목해, 누구나 쉽게 신발 공정별 전문가 혹은 공장을 연결 받아 쉽게 신발을 제작해 볼 수 있게하는 B2B(Business to Business: 기업 간 거래) 기반의 플랫폼 서비스 ‘신플’을 선보여 눈길을 끈다.

크리스틴컴퍼니가 최근 선보이고 있는 신플 플랫폼. (신플 홈페이지 캡처)
크리스틴컴퍼니가 최근 선보이고 있는 신플 플랫폼. (신플 홈페이지 캡처)

이 플랫폼은 AI를 접목한 ‘패션테크’를 구현하는 플랫폼이자 브랜드와 신발 생산 공장을 연결해주는 플랫폼이기도 하다. 플랫폼은 신발 디자인 트렌드를 AI를 활용해 분석해서, △색 △재질 △형태 등에 관한 추천을 해준다. 이후, 이 플랫폼에 등록된 공장들을 매칭해 트렌드 분석부터 신발 상품 생산에 평균 2개월이라는 ‘짧은’ 시간을 할애할 수 있게 했다.

이민봉 크리스틴컴퍼니 대표가 9월 14일 피앤유에이벡에서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김윤지 기자
이민봉 크리스틴컴퍼니 대표가 9월 14일 피앤유에이벡에서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김윤지 기자

이 혁신적인 플랫폼을 선보인 부산의 신발기업은 2019년 7월 30일 설립된 ‘㈜크리스틴컴퍼니’라는 곳이다. 이민봉(36) 대표는 어린 시절 태광실업과 화승에 신발 가죽을 남품하는 자재상을 운영하셨던 부모님 아래서 자라며 신발 산업과의 인연의 끈을 시작했다. 이 대표는 나이키가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브랜드가 되는 것을 보면서, 우리나라만의 나이키 같은 브랜드는 없는지 궁금했었다.

이런 생각을 하다가 성인이 된 이 대표는 LGU+에서 플랫폼 개발을 담당하는 프로젝트 매니저(PM)로 근무를 하며, 신발 산업에 필요한 플랫폼 형성에 대한 생각을 처음 기획하게 됐다.

지난 9월 14일 부산 장전동 피앤유에이벡에서 만난 이 대표는 “우리나라 대부분의 신발 브랜드는 서울과 경기에 많았지만 제조 인프라는 경남이나 부산에 있다 보니, 공장과 브랜드를 연결해주는 에이전시가 각광을 받았었다”며 “다만, 이들이 가격 비교에 대한 문제, 투명성에 대한 문제 등이 대두됐지만, 이러한 인프라를 속속들이 모르는 일반 신발 브랜드는 에이전시를 갑으로 대우하는 현상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대표는 “그런데 요즘의 MZ세대에게 신발은 빼 놓을 수 없는 패션 아이템이다. 이들이 신발 산업에 도전하기에는, 아이디어는 있어도 적절한 공장을 찾지 못해 꿈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그래서 2019년 창업 후 5년이라는 시간을 투자해, 세분화된 공정을 담당하는 300여개의 신발 제조 관련 공장을 찾아가서 우리가 만드는 플랫폼에 같이 해 달라고 부탁했다”고 덧붙였다.

이 대표는 이 노력을 바탕으로 부산 신발 제조 공장들의 활성화를 기대하고 있다. 그는 “이렇게 활성화되면 부산에 새로운 일자리가 생기게 된다”며 “이를 좀 더 패션화 쪽으로 발전시켜서 젊은 사람들이 유입될 수 있는 일자리로 만들면 좋겠다”고 아이디어를 내기도 했다.

앞으로 ‘신플’이라는 플랫폼은 올해 말 ‘네이버 쇼핑’과 연동될 전망이다. 이 대표는 “네이버의 마켓 셀러들이 관리자 이용 페이지를 활용해, 신발 제작에 대한 솔루션을 우리 플랫폼을 통해서 얻을 수 있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브랜드 크리스틴이 판매중인 ‘벨라미 스니커즈’ 제품 컷. (크리스틴컴퍼니 제공)
브랜드 크리스틴이 판매중인 ‘벨라미 스니커즈’ 제품 컷. (크리스틴컴퍼니 제공)

한편, 크리스틴컴퍼니는 자신들이 공을 들여 만든 플랫폼을 직접 검증하기 위해 B2C(Business To Customer: 기업과 고객 간 서비스)를 프리미엄 여성 신발 브랜드인 ‘크리스틴’이라는 브랜드를 기획해 만들었다.

이 대표는 “부가가치가 높은 비싼 신발도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디자인의 수는 늘리고, 디자인 하나당 생산되는 신발 개수를 줄이면 희소성이 높아진다”며 “이탈리아는 하나의 가죽 신발을 만들어도 잘 만든다. 이를 롤모델 삼아 가격 경쟁으로 무너진 신발산업을 다시 바로잡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그래서 크리스틴컴퍼니의 브랜드 크리스틴은 ‘라이벌’을 슈콤마보니로 보고 있다. 이 대표는 “슈콤마보니와 비슷한 소재를 사용하지만, 좀 더 다른 감성의 디자인을 담고 좀 더 합리적인 가격으로 신발을 제공해서 경쟁력을 높이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의 ‘거시적 산업’에 대한 기여도 때문인지, 크리스틴컴퍼니의 브랜드 감성과 기술적 감성에 공감한 지역기반 투자사 △시리즈벤처스와 한국의 대표적인 인터넷 포털 △네이버, 국내 대표적인 VC △아주IB투자는 크리스틴컴퍼니에 초기 투자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는 다양한 정부지원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의 초기창업패키지, 창업도약패키지 사업으로 발판을 마련하고, 2021년 11월 팁스(TIPS: 민간주도형 기술창업지원) 선정으로 신플 플랫폼 개발을 진행한 바 있다. 지난 7월에는 산업통상자원부의 지식서비스산업 기술개발사업에 주관기관으로 선정돼 신발산업의 디지털 전환 기반 비즈니스 모델(BM) 개발을 위하여 부산디자인진흥원과 동의대학교와 함께 협업도 하고 있다.

현재 크리스틴컴퍼니는 본사를 김해에 두고 기업부설연구소(부산), 디자인센터(서울)를 운영하고 있다. 이 대표는 부산시와 협의를 통해서 통합 이전 할 계획도 있다. 그는 “부산은 신발산업의 매카로 생산기반을 바탕으로 아직도 활발히 움직이고 있으며, 부산시의 적극적인 지원정책과 더불어 작년 하반기 부산진구의 서면 신발산업 성장거점 특구 지정으로 인한 신발산업의 재도약이 일어나고 있다”며 “기회가 된다면 부산시와 함께 지역 신발 거점으로써, 신발복합공간의 핫플레이스를 구상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무신사’가 새로운 의류 브랜드가 론칭하고 성장하는 것을 돕는 것처럼, 크리스틴컴퍼니가 MZ세대들이 자신만의 신발 브랜드를 론칭하고, 제품을 생산하고, 마케팅 하는 것을 도와주고 싶다는 ‘후대세대’를 위한 꿈을 갖고 있다.

그는 “부산 패션 센스는 서울에 절대 밀리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부산에 신발 브랜드가 많아지고 있는데, 이 브랜드들이 하나하나의 공정을 자기가 다 알아봐야 하는 지리한 과정을 거치다 좌절하지 않게, 도와줄 수 있는 기업이 되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김지혜 기자 wisdom@

김윤지 기자 kimyunzee@busan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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